KBO리그 2년차 최고 연봉 기록이 1년 만에 새로 쓰였다. 2018년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세운 1억1000만원을 올해 강백호(20·KT 위즈)가 1억2000만원으로 뛰어넘었다. ‘간판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KT는 강백호를 빛나게 돕고 있다. KT가 그리고 있는 ‘빅 픽처’다.
KT는 13일 강백호의 2019시즌 연봉을 발표했다. 2018년 최저 연봉(2700만원)을 받았던 그는 344%(9300만원) 인상된 1억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이정후의 2년차 연봉 1위 기록을 갈아 치웠고, 2007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인상률 400%)에 이어 역대 인상률 2위에 올랐다.
강백호는 지난해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KT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고졸신인 최다 홈런(종전 21개·1994년 김재현) 기록을 새로 썼고, 고졸루키 첫 3연타석 홈런을 폭발하는 등 빼어난 성적을 자랑했다. 신인왕은 당연한 결과였다. 강백호의 연봉 인상폭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그래서다.
이정후는 2017년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4, 2홈런, 47타점, 111득점을 기록했다.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쓰며 당시 2년차 최고 연봉을 받았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2017년 이정후가 3.67, 지난해 강백호가 2.10이었지만 KT 내부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이정후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액을 줘 2년차 최고 연봉자로 만들자’는 프런트 내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이숭용 신임 단장과 KT 프런트의 ‘통큰 결정’이 작용한 결과다. 이 단장은 지난 시즌 타격코치로 강백호를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이 단장은 강백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머리가 정말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부로 느낀 스타성을 연봉으로 반영해준 셈이다.
연봉 1억2000만원에는 강백호를 구단 간판스타, 나아가 KBO리그 대표 스타로 만들기 위한 KT의 ‘큰 그림’이 깔려있다. 강백호의 투타겸업도 같은 맥락이다. 선발투수나 필승조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의 팬 서비스 차원으로 고려 중이다. 이강철 감독이 거듭 “팬들이 원한다면”이라고 전제한 이유다.
KT는 지난 시즌 내내 강백호 스타 만들기에 나섰다. 구단 홍보팀은 올스타전 당시 강백호의 이름이 적혀있는 공을 지참, 팬 사인회를 찾은 팬들에게 나눠줬다. KT 팬이 아니더라도 이 공을 받은 팬들은 강백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당연했다. 구단의 판단이 강백호를 그날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강백호의 기량만큼은 같은 또래 최고로 꼽힌다. 2018시즌 맹활약으로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별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탁월한 기량을 갖춘 강백호는 구단의 장기적 플랜에 힘입어 더 큰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