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김요한(34·OK저축은행)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웜업존을 달구는 시간이 길었던 ‘에이스’는 그 믿음에 부활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인 맹활약이자, OK저축은행 이후 가장 빛났던 하루였다.
OK저축은행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4라운드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는 승리였다. 승점 37을 기록한 4위 OK저축은행은 3위 우리카드(승점 41)까지 가시권에 뒀다. 지난 시즌 압도적 최하위팀이 이제는 봄 배구를 노리게 된 셈이다.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주포’ 요스바니가 전면에서 빛을 냈다면, 그 뒤는 김요한이 받쳤다. 이날 선발 라이트로 출장한 조재성이 부진하자 김세진 감독은 김요한 카드를 꺼냈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요한은 포지션을 미들블로커(센터)로 전향했다. 팀 사정 때문이었다. 초반 적응기를 거친 뒤 중반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팀의 급격한 추락은 막지 못했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은 36경기 10승 26패로 압도적 최하위였다. 시즌 말미까지 OK저축은행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지가 관심사였을 정도다.
올 시즌은 요스바니의 영입으로 전력이 탄탄해졌고, 중위권 경쟁 중이다. 하지만 김요한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나갔다. 김세진 감독은 주전 아포짓 스트라이커(라이트)로 조재성을 택했다.
그러나 조재성은 최근 뚜렷한 기복을 드러냈다. 결국 김 감독은 14일 경기 초반부터 김요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요한은 15득점(공격 성공률 48.28%)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그는 “이적 후 첫 인터뷰 같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에는 10승 밖에 거두지 못한 탓에 인터뷰 기회가 많지 않았고, 올 시즌은 백업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김요한은 “1년 만에 다시 날개 공격수로 뛰게 됐는데 혼란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미들블로커 자리를 놓은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두 포지션 모두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응됐다”고 밝혔다.
김세진 감독은 “최근 요한이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요한 역시 이에 동의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게다가 올 시즌 초에는 몸 상태도 안 좋았다. 거기에 출장 빈도까지 떨어지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지금은 괜찮다. 많이 좋아졌다.”
OK저축은행 첫 시즌은 최악이었지만 올 시즌은 봄 배구를 노리는 상황이다. 김요한은 “시즌 초 바짝 연승할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이후 최근 5연패 때는 다시 지옥이었다”라며 “이러한 기복을 훈련으로 극복하고 있다. 팀 훈련량이 많아졌고, 체력운동도 늘렸다. 자신감이 붙었다. 목표는 봄 배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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