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설 자리가 없다…벼랑 끝에 선 기분”
“베테랑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
프로야구 데뷔 20년 차에 접어든 배영수(두산 베어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한 말이다.
배영수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37회 창단 기념식에 참석해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와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나눴다.
기념식이 끝난 뒤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 소감을 묻자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베테랑에게 많이 차가운 편인데 두산에서 인정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베테랑이 설 자리가 없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한 배영수는 2014년까지 삼성에서 뛰다 2015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1군 통산 462경기에 나서 137승120패를 올렸고 평균자책점 4.46을 남겼다.
배영수는 지난해 한화에서 현역 은퇴와 은퇴식을 제안받자 현역 연장 의지를 표명하고 방출을 요청했다. 새 팀을 물색하던 배영수는 지난해 11월 두산과 연봉 1억원에 계약했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4개월을 쉬었다는 배영수는 “우리(베테랑)도 아무것도 없이 버티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재주가 있고 나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며 “연봉이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냉대받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FA 15명 중 계약을 성사한 선수는 양의지·모창민·최정·이재원 등 4명뿐이다. 베테랑보다는 신인 선수를 육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30대 중후반 선수들은 FA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배영수는 누구보다 새 시즌을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는 줄곧 ‘기본’을 강조했다. “예전에 활동하던 선배들은 많이 던져도 별로 부상을 당하는 일이 없었다. 요즘 선수들과 차이점을 생각해보니 기초 체력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배영수는 “2군 선수들 중에서 몸은 크지만 자기 체중을 못 이기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투수는 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초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영수는 팀 내 경쟁을 견뎌낼 각오를 하고 있다. “선발은 한 번도 고집한 적이 없다. 팬분들이 오해가 있으신데 캠프에 가면 후배들과 똑같이 피칭했다”며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시켜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두산에서 배영수의 등번호는 25번이다. 삼성에서 줄곧 25번을 달고 뛰던 배영수는 한화로 이적하면서 등번호가 바뀌었다. 두산에서 25번의 원래 주인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다.
그는 “유니폼 입고 거울을 보니 뿌듯했다. 나에겐 특별한 번호고 팀 입장에선 양의지가 떠나 아쉽지만 개인적으론 번호를 받아 좋았다”고 웃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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