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첫판 접전끝 승리
78위 클란 왼손에 고전했으나, 강력한 스트로크로 반전 이끌어
“400여 한국응원단 함성 큰 힘”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3시간 37분의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장식한 정현(한국체대)은 두 팔을 번쩍 들며 하늘을 쳐다봤다. 2019년 들어 2주 연속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2연패에 빠져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그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정현이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 첫판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세계 랭킹 25위 정현은 15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왼손잡이인 세계 랭킹 78위 브래들리 클란(미국)을 3-2(6-7<5-7>, 6-7<5-7>, 6-3, 6-2, 6-4)로 눌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랐던 정현은 이날 1,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 들어 출전한 2개 투어대회에서 모두 1세트 5-1로 앞서다 역전패하며 실종된 자신감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살이 드러날 정도로 심한 물집이 잡히고도 살아남았던 투혼이 되살아난 듯 보였다. 동호인 모임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회원을 비롯해 400명이 넘는 한국 팬들의 응원 속에 예리한 서브와 강력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내리 3세트를 따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현은 “경기 전 고든 코치와 세운 전략은 ‘정현답게 하자’는 것이었다. 뒤지고 있어도 끝까지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다. 1, 2세트를 지니까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세트 먼저 지고 이긴 건 처음 같다. 경기 내내 열띤 성원을 보내준 한국 응원단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현은 서브 에이스 10-22, 공격 성공 횟수 34-58로 밀렸으나 실책에서 35-84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은 “정현이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최대 고비를 잘 넘겼다. 확실히 경험에서 상대를 압도했고 집중력도 좋았다. 2, 3회전은 1회전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경기력 저하에서 벗어나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 컨디션을 되찾은 게 승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정현은 17일 세계 55위 피에르위그 에르베르(프랑스)와 32강 진출을 다툰다. 에르베르와의 상대 전적은 1승 1패다. 2015년 호주오픈 예선 1회전에서 정현이 2-0(6-4, 6-2)으로 이겼고, 같은 해 윔블던 본선 1회전에서는 에르베르가 3-2(1-6, 6-2, 3-6, 6-2, 10-8)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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