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수원 삼성이 영입했던 이란 출신 외국인 공격수 샤합 자헤디(24)를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2014년 이란 명문 페르세폴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자헤디는 아이슬란드에서 뛴 지난해까지 50경기에서 10골·2도움을 올렸다. 수원은 “2011년 게인리히(우즈베키스탄) 이후 8년 만의 아시아쿼터”라며 선전했으나 한 가지 빠트린 내용이 있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의 공백기다. 그 이유는 약물복용에 의한 출전정지였다.
수원은 이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자헤디의 이력이 이상하다는 제보를 받은 스포츠동아가 확인요청을 한 뒤에야 움직였다. 프런트-코칭스태프 긴급 미팅은 10분 만에 끝났다. 결과는 ‘성실고지 의무위반’에 의한 계약해지. 수원과 선수측 입장이 달랐다. 서로 먼저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선수 측은 “여론이 안 좋아 뛸 수 없다는 입장을 구단에 전했다”고 했지만 구단은 “우리가 먼저 (계약해지)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계약해지 요청 주체는 중요하지 않다.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약물복용 사실, 두 번째는 정말 구단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여부다. 전자는 팩트다. 자헤디도 인정했다. 구단에 “트레이너의 지시로 잘못된 영양제를 섭취했다”고 밝혔다. 고의성에 대해 수원은 “이란에서도 도핑은 민감하다. 고의였다면 최소 2년 이상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약물과 1년 반의 공백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남은 건 수원의 선수단 운영 실태다. 구단이 자헤디의 약물 전력을 전혀 몰랐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선수가 숨겼을 가능성이 있으나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 ‘자헤디 도핑’은 쉽게 파악이 가능했다.
입단테스트가 일주일 가까이 진행된 것에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으나 수원 프런트는 ‘검증’이라는 기본을 생략했다. 구단 이미지를 스스로 완전히 깎아내렸다. 시간만 허비하며 동계훈련 내내 질질 끄는 협상, 느린 결정으로 영입 타이밍을 놓쳐 전력보강에 번번이 실패해 수차례 지탄을 받은 수원의 미숙 행정이 ‘자헤디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누군가 자헤디의 약물 전력을 알고도 숨겼다면 파장은 더욱 커진다. 허위보고와 기만행위로 징계감이다. 금전적인 손해는 둘째 문제다. 어느 조직에서도 동조받기 어려운 부분이다. 책임소재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많은 에이전트들은 “수원은 더 이상 K리그의 리더가 아니다. 어지간한 도·시민구단들보다 행정처리가 미숙하다”며 “‘자헤디 사태’에 대한 대처가 이들의 현실이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 한다”고 혀를 찼다. 오동석 신임단장과 이임생 신임감독 체제로 바뀐 수원의 2019시즌은 새해 초부터 우울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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