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심각’ 투기 종목, 성폭력 노출 대비책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7일 16시 55분


조재범 전 쇼트트랙대표팀 코치. 스포츠동아DB
조재범 전 쇼트트랙대표팀 코치. 스포츠동아DB
체육계 성폭력 파문이 투기 종목까지 번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전 유도선수 신유용과 태권도선수 이지혜도 과거 지도자의 성폭력 혐의를 털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 일부도 성폭력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투기 종목에서 신분을 공개하고 사실을 털어놓은 선수는 드물지만, 실제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선수는 그 이상이다.

유도와 태권도 등 몸과 몸이 부딪히는 투기 종목은 성폭력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다. 유교사상에 입각한 엄격한 규율과 신체접촉이 빈번하다는 특성상, 가해자가 변명거리를 찾기도 좋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운동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전직 태권도 선수 A는 “태권도와 유도, 레슬링 등은 상대와 신체접촉이 많다. 훈련에서도 그에 따른 대비책을 연구한다. 이때 성추행이 일어난다. 지도자가 ‘훈련을 위한 접촉’이라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평생을 바친 종목과 이별하겠다는 각오 없이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찍히면 끝’이라는 의식이 강해 가해자들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신유용과 이지혜의 경우 운동을 그만둔 뒤였기에 아픈 과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대비책도 없진 않다. “법적 처벌수위를 높이면 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도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도 관계자 B는 “냉정히 말해 지도 과정에서 기술훈련을 위한 신체 접촉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여자 선수들에게는 애초부터 양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론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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