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V리그 4라운드를 앞두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박진우(우리카드) 이수황, 정동근(이상 KB손해보험) 등 지난 15일 군에서 막 전역한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의 그동안 함께 지낸 배구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보람찬 군생활을 마쳤다. 박삼용 감독, 다른 전역선수들과 함께 부대 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KB손해보험은 이들을 직접 데리러 전날 팀 매니저가 문경으로 내려갔다. 이수황 정동근은 집에도 들르지 않은채 구단이 마련한 차를 타고 수원 KB손해보험의 숙소로 이동했다. 권순찬 감독 및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오후부터 팀 훈련부터 참가했다. 박진우는 홀로 우리카드의 숙소로 이동한 뒤 전역인사를 했다.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홈페이지 등록용 사진을 찍은 뒤 곧바로 훈련에 합류했다. 구단은 이들이 전역하자마자 한국배구연맹(KOVO)에 선수등록을 요청했다. 16일자로 현역등록 공시가 떴다. 정식 명칭은 2019년 병역의무선수 전역에 따른 공시다.
이들은 16일부터 정식 KOVO에 등록된 선수가 됐고 경기출전이 가능하다.
전역선수들은 군에 입대하기 전에 구단과 맺었던 계약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보통 선수들은 전해 7월1일부터 시작해 다음해 6월30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만일 선수의 연봉이 1억2000만원이라고 하면 군 전역 선수는 팀에 다시 복귀한 날부터 날짜를 계산해 연봉을 받는다. 1월16일부터 31일까지는 월급 1000만원을 날짜대로 분할 계산해서 받고 2월1일부터 6월30일까지는 월급을 받는다. 이렇게 지급된 전역선수들의 연봉은 샐러리캡에 반영된다. 이처럼 일할계산을 하게 된 것은 전역 선수의 1년 연봉을 모두 샐러리캡에 반영할 경우 문제가 있다는 구단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선수엔트리 정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서 간혹 군 전역선수의 엔트리를 위해 시즌 도중에 방출되는 선수도 나온다.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엔트리와 샐러리캡을 정할 때 이들의 시즌도중 참가까지 계산해 엔트리와 샐러리캡에 여유분을 남겨뒀다.
프로 3년차 정동근은 삼성화재 선수로 군에 입대했지만 전역 때는 KB손해보험 선수가 된 특이한 경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 몬짜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과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삼성화재 신진식이 만들어낸 삼각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당시 김철수 감독은 리시브가 가능한 윙스파이크 자원이 모자라자 권순찬 감독에게 김진만을 달라고 했다. 권순찬 감독은 “원하는 대로 주고 싶지만 우리는 삼성화재 정동근이 탐난다”고 했다. 그러자 고교 동문으로 평소 친한 사이였던 김철수 감독이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에게 정동근의 한국전력행 현금트레이드를 요구해 삼각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 송희채를 FA선수로 잡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 윙공격수 자원이 넘쳐나는 것을 감안해 현금트레이드를 한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 선수가 된 정동근은 2세트 10-17로 뒤진 상황에서 황두연을 대신해 가장 먼저 코트를 밟았다. “외국인선수의 강한 서브를 받아보지 못했지만 상무에서의 경험이 있어 필요하면 투입할 것”이라는 권순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안정된 리시브를 해줬다. 이수황도 10-18에서 이선규와 교체돼 출전했다. 14-19 서브타임 때 팀이 5연속 득점을 하는 덕분에 화끈한 전역신고가 됐다. 이번 시즌 9경기만 출전하면 FA선수 자격을 얻는 우리카드 박진우는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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