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고 또 배려하고…작은 불편함도 만들기 싫은 벤투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0일 07시 19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배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뉴스1 DB © News1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배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뉴스1 DB © News1
특별 귀국 허락과 개인 면담, 온전한 하루의 휴식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이청용(보훔)이 18일 밤 비행기에 올랐다. 이청용은 한국에서 열리는 친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다녀오는 것을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요청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를 허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개인적인 일을 제쳐두고 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7년 김진수(전북)는 자신의 결혼식을 6시간 앞두고도 파주 NFC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가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던 대표팀은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출퇴근 훈련을 하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에게 휴식을 권유했지만 김진수는 훈련을 자청, 결혼식 전까지 땀을 흘렸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청용은 중국과의 경기가 끝나고 바로 벤투 감독에게 개인사를 말하면서 한국에 잠시 다녀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벤투 감독은 “가족이 우선”이라는 말과 함께 허락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청용의 귀국행에 대해 축구협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고 평소 이청용이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점을 고려, 이청용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벤투 감독이 선수의 편의를 봐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 도중 휴식이 필요한 순간에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모두에게 하루 동안 휴가를 주면서 심신을 달랠 여유를 줬다. 벤투 감독도 UAE에 방문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들이 친한 동료들과 방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린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는 자신 보다 2살 많은 김민재(23?전북)와 한 방을 쓴다. 또한 1996년 동갑내기 황희찬(함부르크)과 황인범(대전)도 룸메이트다. 이처럼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운동장 밖에서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더불어 선수 스스로 몸 상태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음을 알리면 벤투 감독은 여지 없이 훈련에서 제외하고 휴식과 치료에 집중하도록 한다. 부상에서 복귀를 앞둔 선수와는 일일이 대화를 하면서 심적인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지난 19일 훈련에 복귀한 권경원(27?톈진 취안젠)은 스케줄을 마친 뒤 벤투 감독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권경원은 “감독님께서 내가 부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편하게 생각하라. 압박감을 느끼면 회복이 더뎌진다. 편하게 훈련을 임해서 돌아오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벤투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철저하고 치밀하며 엄격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보다 불편하지 않도록 하나씩 배려하면서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벤투 감독의 철학에 대표팀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도전하고 있다.

(두바이(UAE)=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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