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대이변을 연출했다. 투수 전문가인 신임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는 했지만, 시즌 내내 돌풍을 이어가며 3위로 가을잔치에 나서리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마운드가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93으로 전체 2위다. 외국인투수 키버스 샘슨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고 13승으로 선발진을 이끌었고, 마무리 정우람은 35세이브로 뒷문을 확실하게 잠갔다. 그러나 선발진과 불펜 전체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명암이 크게 엇갈린다.
불펜이 고군분투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2승을 수확했고, 평균자책점 또한 4.28로 압도적 1위였다. 반면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5.46으로 5위에 그쳤다. 한화 선발진의 35승은 1위 두산(69승)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선발진과 불펜 전력의 불균형 해소가 급선무다. 2월 1일부터 시작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선발진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이 필요한데, 사실상 새 판을 짜야 한다. 팀 내 유일한 10승 투수였던 샘슨을 포함한 외국인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기 때문이다. 우완 워윅 서폴드와 좌완 채드 벨이 새로 가세했다. 검증이 필요하지만 서폴드와 벨이 원투펀치를 맡아줘야 한다.
그 뒤를 국내투수들이 잇는데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자원은 없다. 김민우, 김범수, 김성훈, 김재영, 박주홍, 장민재 등이 3선발 이후의 로테이션을 채울 후보들로 스프링캠프에서 무한경쟁을 펼친다. 김재영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려던 계획을 1년 늦추고 잔류한 것은 올해 선발진 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서폴드와 벨이 큰 시행착오 없이 KBO리그에 적응하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가능성을 엿보인 박주홍 등의 젊은 투수들 역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적어도 시즌 중반까지는 선발진에 합류하는 것일지 모른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 이후로는 명맥이 끊긴 토종 에이스가 등장한다면 금상첨화다. 올해 스프링캠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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