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23·전북 현대)의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 이적을 놓고 많은 비난이 일고 있다. 유럽 진출이 아닌, 중국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됐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성장 대신 돈을 택했다는 삐딱한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 일찌감치 협상테이블을 연 전북과 베이징은 오래 전에 합의점을 찾았다. 구단 간의 이적동의서도 이미 주고받았고, 이적료와 연봉 등 세부 조율도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입단발표를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직후에 하자는 협의도 마친 상태다.
그런데 갑작스런 변수가 생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다크호스 왓포드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영입 희망을 내비쳤다. 왓포드 현지 대리인, 구단 이적 관련(선수단 운영) 담당자가 두 차례에 걸쳐 전북 구단에 유선연락을 해왔다.
정말 중요한 것이 빠졌다. 공식 레터가 없었다. 영입의향서만 19일 전달됐다. 왓포드 현지 대리인이 국내 파트너에게 보낸 이 문서에는 김민재에 대한 이적료나 연봉, 계약기간 등이 거론되지 않았다. ‘구단과 선수가 동의하면 빠른 시일 내로 공식 서류를 보내주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금전적인 조건은 전화통화를 통해 전달됐다. 에이전시 업계에서는 공식 레터와 영입의향서를 철저히 구분한다.
유럽축구의 겨울선수이적시장은 1월 말 마감된다. 두 명의 대리인에게 회신을 주고 왓포드로부터 공식 레터를 받아 협상테이블을 다시 열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전북은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김민재에게 연락해 선택권을 부여했다. “여기서 네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북 백승권 단장의 문자에 20일 김민재가 “예정대로 (베이징에) 간다”는 회신을 해왔다.
선수도 전북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컸다. 무엇보다 신의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 베이징과 협상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새로운 팀과 협상을 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봤다. 더욱이 영국의 워크퍼밋 발급은 조건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김민재도 대표팀 선배들로부터 이 내용을 전해 들어 잘 알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워크퍼밋이 발급되지 않으면 왓포드가 김민재와 계약한 뒤 임대시키는 형태를 택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이 경우, 선수는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불과 열흘 남짓한 짧은 시간, 확실치 않은 운명에 기대를 걸기에는 부담도 리스크도 너무 컸다. 전북 역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축구시장에서 ‘예의가 없는 팀’으로 낙인찍힐 수 있었다.
많은 에이전트들은 “베이징이 제시한 이적료가 크겠지만 왓포드도 상당한 금액을 불렀다. 전북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조건이었다. 또 구단은 이재성(27·홀슈타인 킬)에 이은 두 번째 유럽진출이라는 상징과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베이징을 택한 건 돈도 중요하나 그간 쌓은 신뢰를 전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은 전북의 모기업(현대자동차)이 가장 주력하는 시장들 가운데 하나로 현실적인 접근과 논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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