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거포’ 박경수(35)가 사실상 KT 위즈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KT로서도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자원인 박경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KT는 21일 “프리에이전트(FA) 박경수와 3년 총액 2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옵션 최대 6억원이다. 박경수의 옵션은 큰 부상이 없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경수는 LG 트윈스 시절이던 2014년 말, 생애 첫 FA 계약을 KT와 맺었다. 4년 총액 18억2000만원으로 높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계약기간 동안 5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0, 82홈런, 293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박경수도 “오버페이에 대한 얘기만은 지우고 싶었다. FA 기간 동안 이에 성공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경수는 일찌감치 잔류 의사를 밝혔다. KT와 박경수 측은 일곱 차례 만남 끝에 결국 도장을 찍었다. 11월 중순 FA 시장 개장 후 두 달에 걸쳐 진행된 협상에 여러 차례 만난 것을 두고 몇 가지 억측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경수는 2016년부터 “은퇴는 수원에서 할 것”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해 말부터 박경수가 사이판 개인훈련을 떠났지만 구단은 에이전트 측과 꾸준히 교감하며 이견을 좁혔다. 22일 구단 신년 결의식 전에 도장을 찍고 기분 좋게 참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하루 앞둔 21일 오후 도장을 찍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이지만 첫 FA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 KBO리그 FA사를 살펴봐도 유례가 흔치 않다. 박경수의 계약 금액에는 ‘리더십’에 대한 보상도 담겨있다. 박경수는 이적 두 번째 시즌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찼다. FA를 앞둔 시즌에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숭용 단장은 코치 시절부터 ‘캡틴’ 박경수와 긴밀하게 소통했다. 그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이 단장은 박경수 계약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FA 4년간 활약도 있지만, 지난 3년간 주장으로 팀에 희생해줬다. 그것을 높게 샀다. 앞으로 그런 고참들이 많아져야 우리 팀도 한결 업그레이드 된다”며 박경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LG가 20일 박용택과 계약을 발표한 데 이어 KT도 박경수와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1월, 양의지(NC 다이노스)의 계약 발표 직후 두 달 가까이 얼어있던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해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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