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이범호(38)는 22일 이른 새벽부터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앞에서 손사래를 쳤다. 데뷔 20년 차 베테랑의 단호한 의지는 공항 새벽의 고요한 공기마저 순식간에 걷어냈다. 기자가 묻는 집요한 개인 목표 질문에도 한사코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0년에 프로무대에 입성한 이범호는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다. 2018시즌까지 출장한 경기만 벌써 1982경기. 쏘아올린 홈런만 328개, 타점은 1122타점에 이른다. 득점 역시 953득점을 기록해 거의 1000득점에 육박한다.
KBO리그의 또 다른 ‘살아 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그가 프로 생애 20번째 스프링캠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는 비행기에 익숙한 듯 가방을 들고 올라탔다. 동행하는 안치홍, 나지완 등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큰 형님’의 모습은 덤이었다.
2019시즌은 이범호에게 여러모로 뜻 깊은 해다. 단순히 20년이라는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2015년에 KIA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그는 3+1년 총액 3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장기간인 3년을 앞서 모두 뛰었고, 그 사이 옵션까지 충족해 2019시즌에도 KIA 소속으로 뛰게 됐다. 올해는 계약의 마지막 해다.
이범호는 “감회가 남다른 해다”는 말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2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걸어온 길이 힘든 날도 있었고, 기쁜 날도 있었다. 그래도 20년을 채우고 나서 돌아보니 그저 ‘좋았다’는 감정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약 마지막 해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계약을 신경 쓸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그저 1년, 1년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또 그것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게 만든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오직 팬과 팀 우승만을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범호는 “개인목표는 전혀 없다. 정말 없어(웃음). 후배들을 잘 도와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쁜 야구를 보여드리는 게 가장 우선이다. 2017년에 우승 할 때 정말 기뻤다. 팬들과 함께 다시 그 기쁨을 나누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다짐하며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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