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외곽에서 이용이 크로스를 올리자 김진수(이상 전북)는 골지역 왼쪽 구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다이빙하며 반대쪽으로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이 한 골이 한국축구의 운명을 바꿨다.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중동의 복병 바레인을 꺾고 아시안컵 8강에 합류했다. 한국은 2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바레인과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벌이고 김진수의 결승골 덕택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연장 전반 홍철(수원) 대신 교체 투입된 김진수의 한방에 59년만의 정상 도전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왼쪽 수비수로 나선 김진수는 공격 때 적극적으로 상대 문전을 파고들며 결승골을 낚았다.
한국은 이날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 전반 43분 선제골을 넣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공격의 실마리를 풀고 ‘황소’ 황희찬(함부르크)이 골을 넣었다. 좌우를 오가던 손흥민이 아크서클 외곽 미드필드에서 오른쪽으로 달려드는 이용에게 볼을 길게 패스했고 이용은 다시 골지역으로 낮게 볼을 찔러줬다. 이 볼이 바레인 골키퍼 샤예드 슈바르 알라위의 발에 맞고 골지역 정면으로 나오자 황희찬이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 추가골을 낚아내지 못했고 후반 32분 바레인의 기습 공격에 동점골까지 내주는 위기를 맞았다. 혼전 상황에서 한국 수비수 홍철이 골지역 정면에서 막아낸 볼을 모하메드 알 로마이히가 차 넣은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김진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이번대회에서 조별리그 포함 4승을 달리며 11경기 연속 무패행진(8승 3무)을 이어갔다. 1990년 이후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고 11경기 무패를 달린 건 벤투 감독이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53위인 한국은 바레인(113위)과의 역대 전적에서 11승 4무 2패로 우세를 지켰다. 한국은 아시안컵 상대 전적에서도 바레인과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의 밀집수비를 뚫을 카드로 4-2-3-1 포메이션을 택하며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 바로 밑에 처진 스트라이커로 투입했다. 좌우 날개엔 이청용(보흠)과 황희찬이 나섰다. 손흥민은 중앙에서 황의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좌우를 오가며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황희찬은 경기 초반 잦은 패스미스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골을 넣은 뒤 전후좌우를 저돌적으로 오가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청용과 황희찬은 손흥민이 좌우로 나올 경우 가운데로 들어가 손흥민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청용은 1-0으로 앞선 후반부터는 뒤로 처져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황인범(대전) 대신 기성용(뉴캐슬)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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