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리포트] 경기력 부진? 그래도 그들은 진정한 하나의 팀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3일 09시 11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펼치는 등 고전한 끝에 2-1로 승리했다. 8강에 진출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과 선수들 이겼지만 표정이 좋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두가 승리의 기쁨보다 부족했던 부분을 먼저 언급했다. 상대의 밀집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이 다시 나왔다. 전반전에는 사소한 실수도 많았다. 게다가 이번 대회 들어서 처음으로 실점도 기록했다.

그렇지만 좋지 않았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쳐 공격 작업이 원활하지 않자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31·보훔)은 최종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활동반경을 넓혀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16강전을 앞두고 개인 사정으로 한국을 다녀온 터라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었지만 그는 후반 23분 교체되기 이전까지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다.

골키퍼 김승규(29·빗셀 고베)는 후반 1골을 내줬지만 엄청난 선방으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대표팀의 우승 도전은 16강에서 막을 내릴 수도 있었다. 김승규는 후반 32분 실점한 후에도 침착성을 잊지 않고 바레인의 슛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조커로 출전한 이승우(21·베로나)도 활력소 역할을 잘 했다. 후반 종료 직전 교체로 나선 그는 연장전 공격을 주도했다. 2차례 좋은 찬스에서 슈팅이 빗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해 의욕적으로 나선 탓인지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경기의 페이스를 바꿔놓을 수 있는 조커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 뿐이 아니다. 선발로 출전한 선수, 교체로 출전한 선수할 것 없이 모두가 8강 진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뜻을 모았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계속 그라운드를 향해 이야기하며 함께 뛰었다. 서로를 독려하고, 응원했다. 한 스태프는 경기를 마친 뒤 애쓴 선수들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희찬(23·함부르크)은 전반 43분 선제골을 넣은 것보다 후반 35분 교체로 일찌감치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얘기했다.

세계적인 명장인 중국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감독은 “아시안컵과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한 목표를 향해 모든 마음을 모아야 하고, 매 경기 높은 수준의 꾸준한 경기력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피 감독의 얘기처럼 좋은 실력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의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모든 부분이 잘 부합돼야 큰 대회 우승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다.

지금 대표팀의 모습을 보면 태극전사들은 한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아 달려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경기에 뛰는 선수나 그렇지 못한 선수나 하나같이 ‘헌신’과 ‘우승을 향한 간절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서로를 보듬고 있다. 그 덕분인지 경기력에 기복은 있지만 계속 원하는 승리는 쟁취하고 있다. 대표팀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그리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두바이(UAE)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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