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베로나)는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인 중국과 경기(16일)를 마친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유 있게 이기고 있는 경기 막판에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자 몸을 풀다가 벤치로 돌아오면서 물통을 걷어차고, 정강이 보호대를 내던지며 불만을 폭발시켰다. 예선을 3전 전승으로 마친 대표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돌발 행동이었기에 모두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졌다.
16강전 바레인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벤투는 “이미 선수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이승우의 행동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줬거나 또는 이승우와 대화를 통해 상황 설명을 충분히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감독에게 한 번 눈 밖에 난 선수는 사실상 출전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이승우의 경우 물병 논란 이전에도 경쟁자들에게 밀린 것은 물론이고 벤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엔트리에 들지 못하거나 엔트리에 포함되더라도 벤치에 앉아 있는 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는 이승우를 물병 논란에서 자유롭게 해줬다. 쉽게 말해 기회를 준 것이다.
벤투는 바레인과 16강전 후반전 종료 직전에 황인범 대신 이승우를 투입했다. 이번 대회 첫 출전이다. 이승우는 감독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장전에 들어가자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몇 차례 슈팅을 시도하면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대의 반칙을 유도하는 등 움직임이 가벼웠다. 수비 때도 상대를 적극 마크하는 강한 투지를 보였다. 1-1로 동점이 되면서 가라앉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훌륭한 조커였다.
벤투는 경기 후 “이승우를 투입한 건 팀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승우는 역습 시 드리블로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몸 상태도 좋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이 빠른 이승우가 들어가면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선수라면 뛰고 싶고, 경기장에 나가고 싶다. 승부욕과 열정이 강하기 때문에 매 경기 들어가고 싶고,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물병을 찬 일) 내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팀에 피해가 돼 죄송했다”면서 “8강에 올라가 기쁘다. 남은 시간 동안 잘 회복해 8강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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