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많은 골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도 아니었다. 토너먼트 첫 관문, 바레인과의 16강전은 ‘승리’가 가장 중요했다. 다만 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채 이기는 것은 필요했다. 이 두 가지만 충족한다면 괜찮았을 바레인전이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통과했던 대표팀은 이번 대회 4번째 경기 만에 첫 실점을 내주며 연장까지 뛰어야했다. 최종 지향점까지 갈 길이 꽤 남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힘을 소진한 것은 아쉽다.
어쨌든 ‘승리’를 거머쥐는 것에는 성공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피 말리는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았다는 것도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잔인한 게임까지 진행이 됐다면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소모까지, 손해가 막심했다. 요컨대 이겨야하는 경기 이겼으니 됐다. 다만 궁극의 목표인 ‘우승’까지는 갈 길이 멀고 또 험해 보이는 벤투호다. 타박이 아니라 걱정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2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연장 전반 16분 터진 김진수의 짜릿한 결승골로 2-1로 승리, 8강에 진출했다.
안정적으로 수비에 신경을 쓴 뒤 역습을 도모할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과 달리 바레인은 시작부터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빼지 않으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워낙 강한 압박을 가해온 터라 부정확한 패스가 남발되면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44분에야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는데, 다행히 그것이 골로 연결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이 올린 낮은 크로스가 바레인 골키퍼를 맞고 박스 안에 있던 황희찬 앞으로 향했다. 이를 황희찬이 정확하게 밀어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들어 유난히 힘이 많이 들어간 탓에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황희찬이 지금과는 다른 침착함으로 선제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가 들었다.
그러나 선제골을 넣고도 한국은 쉽사리 분위기를 끌어오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상대의 자신 있는 공격에 애를 먹는 장면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던 후반 32분,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번 대회 첫 실점이 나왔다. 알 휴마이단의 슈팅을 홍철이 골문 앞에서 막았지만 이어 알 로마이히가 재차 슈팅,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모든 것이 바레인 쪽에 유리해 보이던 상황이다. 전체적인 흐름도 대등했고, 바레인은 연장을 지나 승부차기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첫 실점과 함께 당황했고 지고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조급한 것이 역력했다. 이청용은 교체아웃됐고 손흥민의 컨디션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팀을 지탱해줄 리더가 마땅치 않았다는 의미다.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연장전반이 끝날 때까지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연장전반 추가시간에 나온 김진수의 헤딩 득점은 너무도 값졌다. 김진수는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를 몸을 던지는 헤딩으로 연결해 다시 앞서나가는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것이 결국 결승골이 되면서 대표팀은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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