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T 위즈 마운드는 말 그대로 ‘새 판’이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했으며,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당장 1선발을 맡아줄 선수조차 물음표가 달려있는 상황. 올 시즌 신인으로 KBO리그에 발을 내딛을 이대은(30)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대은은 2017년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무대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치며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대회 대표로까지 활약한 기량만큼은 분명했다. 때문에 퓨처스리그 무대는 그에게 좁았다. 최고구속 150㎞을 상회하는 강속구에 포크볼로 무장한 이대은은 2017시즌 19경기에서 98.1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했다.
올해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2017년 당시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이었다. 이대은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이대은은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두산 2군과 두 차례 만났다. 개막 직후 불펜으로 나서며 0.2이닝 1실점을 기록했던 그는 시즌 최종전이었던 8월 7일, 춘천에서 두산 2군과 다시 마주했다. 당시 6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2볼넷 13탈삼진 무실점. 완벽한 투구 내용으로 기분 좋게 2017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웃카운트 18개 중 13개가 삼진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6회까지 매 이닝 최소 2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경기 내내 압도적 구위를 자랑했다. 이대은은 마지막 등판에서 시즌 7승째를 따내며 시즌을 마쳤다.
이강철 감독에게 그날의 기억은 선명했다. “기가 막혔다”는 말로 입을 뗀 그는 “(이)대은이가 당시 감기에 걸려 체온이 40도에 육박한 걸로 알고 있다. 속구와 포크볼, 투 피치만으로도 삼진을 엄청 뽑아냈다. 체감상 20삼진은 빼앗긴 것 같다”고 회상했다.
군 복무로 보낸 2년의 퓨처스리그 무대는 분명 이대은에게 좁았다. 하지만 1군은 다르다. 이강철 감독은 ‘각도 큰 변화구 장착’을 희망했다. 150㎞을 넘는 속구와 포크볼 조합 자체도 위력적이지만, 오프-스피드 피치로 커브까지 더한다면 레퍼토리는 훨씬 다양해진다. “국내 최고 우완투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그에게 거는 기대는 분명하다.
이대은 역시 “우리 팀 외국인 투수들보다 잘해서 우리나라 우완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말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몸이 펄펄 끓는 가운데 6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기록한 당시의 재현을 이강철 감독과 이대은 모두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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