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맹주’는 이제 확실히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을 마냥 승리 대상으로 삼았던 때는 지났다. 다른 나라 수준은 올라갔고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구분한 아시아 4위권(이란-29, 호주-41, 일본-50, 한국-53) 지표는 대략 맞는 잣대인지 모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배, 4강행이 좌절됐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탈환을 외치며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5년 만에 준결승 진출 실패라는 초라한 결과가 남았다. 대회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8강 중도하차라는 결과는 분명 기대 이하다. 어쩌면 이것인 2019년 현재 한국 축구의 위치인지도 모른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외부에서 우승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 같다. 이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유일한 우승후보는 아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적에 자신이 없어 한발을 빼는 것과는 다른 뉘앙스였다. 그의 표현 그대로, 한국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후보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나 0순위까지는 아니라는 차가운 시선이었다. 당장 지난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과를 보면 이해도 된다.
한국은 4승3무3패 승점 15점으로 이란(6승4무 승점 22)에 이어 A조 2위 자격으로 본선에 나갔다. B조는 일본이 6승2무2패 승점 20점으로 1위였고 사우디아라비아가 6승1무3패 승점 19점으로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힘겨운 플레이오프를 거친 B조 3위 호주도 승점 19(5승4무1패)를 얻었다. 승점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면, 한국은 전체 5위에 불과했다.
그리고 역대 최대인 24개 국가가 자웅을 겨뤘던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또 한 번 믿기 싫은 결과물을 받았다. 대회 최종 순위가 발표되면 5~6위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위도 순위지만 내용도 ‘아시아의 맹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은 아시안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모두 1-0 신승에 그쳤다. FIFA 랭킹 113위에 불과한 바레인과는 16강서 연장혈투를 벌이고서야 2-1로 승리했다. 그리고 93위 카타르에게 덜미를 잡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운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은 지난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3으로 패한 것에 이어 카타르전 2연패 중이다.
이번 대회를 마친 후 손흥민은 “아시아 국가라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아시아에도 강팀들이 많고, 쉽게 이길 수 없는 팀들이 많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마냥 실패에 대한 변명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이게 현실이다.
아시아 예선을 사실상 5위로 통과해 월드컵에 나갔고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모인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그쳤다. 이제 직시해야한다. 겸손하게 다시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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