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웃으며 넘겼으나 점점 모양새가 야릇해지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과 프리메라리가의 매머드 클럽 바르셀로나의 전설 사비 에르난데스의 ‘아시안컵 우승팀 예측’ 적중률이 심상치가 않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29일 오전(한국시간) 준결승 첫 번째 경기가 끝났는데, 일본이 이란을 3-0으로 완파했다.
아시안컵 최다우승(4회)의 일본과 현재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의 정면충돌은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렸다. 강력한 우승후보들이기에 누가 이겨도 이변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일본이 3-0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흔치 않았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4강 이전까지 5경기에서 12골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가장 안정된 전력을 과시한 이란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았다. 케이로스 감독과 함께 팀 완성도가 정점에 올라 있는 이란이 이번 대회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일본이 일본다운 플레이로 완승을 거뒀다.
이 결과와 함께 대회를 앞두고 사비가 점쳤던 내용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다 현재 카타르 알 사드에서 뛰고 있는 사비는 지난달 말 카타르의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대회 토너먼트 결과에 대해 전망했다.
당시 사비는 한국과 카타르, UAE와 호주, 시리아와 일본, 중국과 이란의 8강 대진을 예상했는데 이중 시리아를 제외한 7개 팀의 8강 진출을 모두 맞히는 뛰어난 적중률을 보였다. 실제로는 시리아 대신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자리했다. 베트남은 거의 모든 이들이 짐작하지 못했던 돌풍의 팀이었으니 사비의 점괘는 꽤 정확한 편이었다.
준결승 진출팀도 75%를 맞혔다. 사비는 8강을 통과할 파이널4로 일본과 이란, 호주와 카타르를 꼽았다. 우승후보 한국이 아닌 카타르를 택한 것을 두고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를 감안, ‘팔이 안으로 굽은’ 점괘라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은 맞았다.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하고 중도하차했다.
여기까지도 신기한데 한 단계 더 나갔다. 사비는 마지막 결승 무대에 오를 두 팀으로 일본과 카타르를 택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그의 선택대로 일본이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이제는 그의 신통방통한 예상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향한다. 미리 공개하자면, 그가 택한 최종우승국은 카타르였다.
카타르와 UAE는 29일 오후 11시 알자지라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준결승을 펼친다. 한국을 꺾은 카타르, 호주를 잡은 UAE 모두 대어를 낚은 상승세를 잇고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아무래도 유리한 쪽은 UAE로 보인다. 카타르의 전력이 분명 만만치 않으나 안방 이점을 톡톡히 누리면서 ‘디펜딩 챔프’ 호주를 제압한 개최국의 기세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까지 사비의 점괘가 맞는다면, 장난 치고는 상당히 놀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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