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꽃길을 걷는 듯했던 대한민국 축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1960년 대회 이후 59년 만의 통산 3번째 정상을 노린 한국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 밀려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50·포르투갈)이 이끈 태극전사들에게 큰 기대를 보낸 여론도 다시 차가워졌다.
하지만 아쉬워할 겨를이 없다. 당장 9월부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이 시작된다. 대한축구협회도 대표팀 전력강화를 위한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가 A매치 스케줄 조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월드컵 예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부터 재검토에 나섰다. 스파링 파트너의 윤곽도 드러났다. 콜롬비아와 볼리비아가 유력하다. 협회 측도 29일 “확정단계는 아니나 논의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올해 상반기 A매치 기간은 3월과 6월인데, 3월 두 차례 친선경기를 남미 강호들과 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히 콜롬비아의 경우 우루과이~칠레 등을 초청한 지난해부터 1순위 섭외대상으로 꾸준히 교감을 나눴다.
마침 일본도 콜롬비아(3월 22일)~볼리비아(3월 26일)와 차례로 격돌할 예정이라 의지만 확실하면 섭외가 수월할 수 있다. 더욱이 일본에 패해 아시안컵 결승행이 좌절된 직후 이란대표팀을 떠난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이 콜롬비아에 부임할 예정이라 스토리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 한국은 케이로스 체제의 이란에 1무4패로 열세였다.
다만 변수가 있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국과 지난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정상에 오른 베트남의 친선경기다.
두 연맹은 우호관계를 위해 2년 주기의 ‘AFF-EAFF 챔피언스트로피’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3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초대 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의견은 분분하다. ‘베트남 축구영웅’ 박항서 감독과 만남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우리 대표팀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게 축구계 중론이다.
더욱이 베트남도 총력을 기울이지 못할 처지다. 박 감독의 설명대로 A대표팀 주력 다수가 22세 이하(U-22)로 연령별 대회까지 소화한다. 베트남 U-22 대표팀은 3월 26일 태국과 2020 AFC U-23 챔피언십 예선 3차전을 갖는다. 베트남은 태국에 일정 변경을 문의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 태국이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U-23 챔피언십이 2020도쿄올림픽 예선까지 겸해 베트남의 부담이 크다. 현 시점에서 한국-베트남 A매치는 취소가 아닌, 일정 연기가 논의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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