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들의 짓궂은 응원 문화로 악명이 높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총상금 710만 달러·약 79억 원)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정숙을 요하는 여느 대회와 달리 각종 야유와 환호성이 공존하는 이 대회는 존재 자체만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이슈가 되는 장소는 16번 홀(파3)이다. 이 홀은 야구장 혹은 로마시대 콜로세움처럼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전체를 관중석이 둘러싸고 있다. 최대 2만 명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는 구조다.
16번 홀이 프로골퍼들로부터 악명 높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마음껏 야유와 환호성을 보낼 수 있다. 동네 골프장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바로 이 홀에서 연출된다. 심지어는 음주와 고성방가까지 가능하다. 일반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정숙(Quiet)’ 표지판은커녕 이를 제지하는 현장요원은 당연히 없다.
이에 선수들은 보통 배짱이 아니면 이 홀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기 어렵다. 웬만한 베테랑들도 16번 홀에서만큼은 주눅 들기 마련이다. 특히 모두가 지켜보는 그린 위에서의 퍼트는 선수들의 식은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혼돈의 땅에서 가장 큰 배포를 뽐낸 이는 ‘백전노장’ 필 미켈슨(49·미국)이다. 1996년과 2005년, 2013년 피닉스 오픈 정상을 밟은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다 우승 기록에 도전한다. 또 2016과 2017년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27·일본)와 디펜딩 챔피언 개리 우드랜드(35·미국)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49·SK텔레콤)를 필두로 배상문(33·캘러웨이골프)과 안병훈(28), 김시우(24), 임성재(21·이상 CJ대한통운) 등이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