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스페인 매체들은 30일(한국시간) “이강인이 발렌시아 1군 선수단에 합류한다. 바이아웃은 8000만 유로(약 1020억 원) 선으로 상향 조정된다”고 전했다. 꾸준히 출전기회를 잡으며 점차 입지를 넓혀가는 이강인의 1군 승격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라진 면이 있다. 이렇게 발렌시아가 서두른 배경은 무엇일까. 목적은 하나다. 선수 붙잡기다. 이강인에게 걸린 기존 바이아웃은 2000만 유로(약 250억 원)로 알려져 있다. 액수가 적지 않지만 입지를 보낸 상대가 빅 클럽이면 상황은 다르다.
이미 여러 팀들이 이강인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유력 클럽들은 물론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처럼 유럽 명문 구단들이 러브 콜을 보내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발렌시아로선 최대한 빨리 1군에 등록시키고 바이아웃을 높여야 이강인을 지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발렌시아가 애지중지 키운 미래의 자원이다. 프리메라리가와 코파 델 레이(국왕컵) 무대를 밟으며 경험치를 높이고 있다.
발렌시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금세 증명됐다. ‘1군 승격’ 소식을 접한 이강인은 이날 안방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국왕컵 8강 2차전에 후반 교체로 투입, 특유의 날카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팀의 3-1 역전승에 큰 역할을 했다.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한 발렌시아는 스코어 1-1로 팽팽한 후반 26분 이강인을 출격시켰고 후반 종료직전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대역전극과 4강 진출을 일궜다.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태극마크 반납을 결정하고 이청용(31·보훔)마저 국가대표 은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한국축구에 이강인의 1군 진입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큰 무대를 밟을 기회가 많아지면 성장도 비례하는 법이다.
쓸만한 재목은 또 있다.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한 기존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 이외에도 정우영(20·바이에른 뮌헨)과 백승호(22·지로나)가 꾸준히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뮌헨 2군에서 벗어난 정우영이 1군 풀 트레이닝 참석 빈도를 높이며 희망을 부풀린 가운데 백승호도 라 리가 데뷔로 성공적인 연착륙을 알렸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해 안정적이면서 확실한 세대교체가 필요한 파울루 벤투 감독(50·포르투갈)의 A대표팀과 함께 2020도쿄올림픽에서의 아름다운 결실을 꿈꾸는 김학범 감독(59)의 22세 이하(U-22) 대표팀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트로이카다.
● 바이아웃(Buyout)이란?
바이아웃은 주로 축구에서 쓰이는 용어로 선수와 소속 구단이 계약할 때 정해놓는 일정한 액수(몸값)다. 특정 선수의 영입을 원하는 타 구단이 바이아웃 이상의 금액을 책정할 경우, 소속 구단과 사전협의 없이 곧바로 선수와 이적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즉, 바이아웃 금액이 크면 클수록 선수의 가치가 높다는 걸 의미한다. 스페인 등 일부 리그에선 구단과 선수가 계약할 때 의무적으로 바이아웃을 삽입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