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한 경기가 꿈같았다”…12년 사명감 반납하는 기성용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31일 16시 20분


12년 동안 110회 A매치에 나섰던 기성용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 News1
12년 동안 110회 A매치에 나섰던 기성용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 News1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 축구의 ‘KEY’ 역할을 맡았던 기성용이 결국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기성용은 30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2019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축구인생에서 국가대표는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면서 “그동안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기성용은 10대 시절인 2008년 9월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까지 총 110회 A매치 출전 기록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110경기는 차범근(136경기), 홍명보(136경기), 이운재(133경기), 이영표(127경기), 유상철(124경기), 김호곤(124경기), 조영증(113경기)에 이어 최다 출전 기록 8위에 해당한다.

기성용은 2018년 6월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며 커리어 100번째 A매치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이 경기는 한국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더 뜻 깊었다. 만으로 30세가 되기도 전에 대기록을 달성했으니 어쩌면 더 높은 위치까지도 올라갈 수 있겠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결국 짐을 내려놓았다.

나이와 별개로 걸어온 길은 길고 험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다. 아시안컵도 3회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부상으로 중도하차했으나 2019 UAE 땅도 밟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고 한국 축구사에 큰 획을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2008년 이후 한국 대표팀 중원에는 항상 기성용이 있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2011년과 2012년, 2016년 KFA 올해의 선수에 뽑히기도 했으니 분명 뛰어난 선수였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로서 빛났다. 여기에 리더의 가치 빼놓을 수 없다.

기성용은 2014년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때 주장으로 경기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까지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팔에 완장을 감고 있었다. 벤투 감독 부임 전까지 대표팀의 캡틴하면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떠오를 정도로 확고한 리더였다. 솔선수범했고, 선수들에게 대표선수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입으로 또 몸으로 설명했다.

기성용은 협회를 통한 공식은퇴 발표와 별개로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부족했던 부분이 참 많았는데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항상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제 마음처럼 결과를 얻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 이번 아시안컵 또한 아쉽고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쉽진 않았으나 그래도 소중하고 벅찬 행복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정말 너무 행복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꿈같은 순간이었다. 다시는 내 인생에 이런 순간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항상 대표팀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한 단계 더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며 안녕을 고했다.

그야말로 필드 안팎의 ‘기둥’이었다. 워낙 존재감이 컸기에 기성용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선수로서의 빈 자리도, 리더로서의 빈 자리도 꽤 커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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