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겨울 보낸 김도훈-김종부 감독, 그들이 그리는 2019년 희망 스토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일 05시 30분


김도훈 감독(왼쪽)이 이끄는 울산 현대와 김종부 감독(오른쪽)이 지휘하는 경남FC는 2019년 나란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두 감독은 K리그1에서는 물론이고 아시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도훈 감독(왼쪽)이 이끄는 울산 현대와 김종부 감독(오른쪽)이 지휘하는 경남FC는 2019년 나란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두 감독은 K리그1에서는 물론이고 아시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때론 외롭다고 느낀다. 모두가 함께 뛰어야 하는데…”

2019시즌부터 중국 슈퍼리그 다롄 이팡의 지휘봉을 잡게 된 최강희 감독(60)은 K리그1 ‘절대 1강’ 전북 현대를 이끌 당시, 점차 위축되는 국내 축구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은 시즌 레이스에서도 상대를 압도했지만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찾아오는 선수이적시장에서도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베테랑과 영건들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자원들을 수급하는 데 전혀 인색함이 없었다. 과감히 지갑을 열며 얼어붙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9년 겨울은 조금 달랐다. 언제나 그랬듯 전북은 알찬 전력보강을 했지만 적어도 외롭지는 않았다. 인상적인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현대가 식구’ 울산 현대와 도민구단 경남FC 역시 치열한 영입전쟁을 펼쳐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선수단 재정비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졌으나 서로의 기조는 달랐다. 울산은 베테랑 위주로 새판을 짰다면 경남은 전 포지션에 걸쳐 알짜배기들을 데려왔다. 서로 간의 거래도 있었다. 경남이 ‘25세 동갑내기 콤비’ 김승준-이영재를 울산으로부터 데려왔다.

정규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낸 울산 김도훈 감독(49)과 경남 김종부 감독(54)은 “어느 정도 원하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다만 서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열심히 조직을 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해외 동계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두 사령탑의 인터뷰를 토크 형식으로 꾸며봤다.

● 2% 부족했던 2018년

김도훈(이하 훈)=솔직히 지난해 많이 아쉬웠어요. 많이 배우고 느낀 시즌이었죠. 좀더 높은 위치를 찍고 2018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벌써 울산에 온지 3번째 시즌을 맞이했네요. 첫 해 역습을 기반으로 한 운영, 지난해는 점유율을 높이는 플레이를 했는데 올해는 디테일함까지 잡을 참입니다.'

김종부(이하 종)=우린 준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는데 승격 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실을 맺었다고 봐. 나름의 관록과 경험이 쌓였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어. 이제는 목표를 상향조정할 생각이지.

훈=맞아요. 경남은 정말 대단했죠. 뚜렷한 특징이 있었고요. 물론 저희 울산도 점차 발전하고 있어요. 올해는 승부수를 제대로 띄워보려 합니다. 공격적인 컬러를 가져가도 좋을 것 같아요.

종=경남도 시험대에 올라있어. K리그2에서 승격한 첫 시즌에 우승경쟁도 해봤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야. 지난해의 2위가 그저 신선했던 일회성 돌풍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려면 치열한 준비가 수반돼야 해. 즉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야. 정말 머리가 아프네.

훈=제가 부족했어요. 많은 분들이 우리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하셨는데,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어요. 시즌이 끝나고 많이 생각했답니다. ‘나부터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스스로를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컸어요. 정말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참, 경남이 돌풍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종=강한 정신이지.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면 안 되잖아. 또 모두의 팀이 돼야 해. 조직이 중요한거야. 특정 선수가 홀로 잘한다고 좋은 축구가 나오는 건 아니지. 팀플레이를 통해 중요한 승부처를 극복하려는 절실함도 필요하다고 봐.

훈=그렇죠. 지도자들도 절실해야 합니다. 울산에서 압박과 부담이 크지만 매년 발전하는 부분은 제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요. 다행히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계속 성장하면서 많은 걸 습득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수단 개편은 만족스러우세요?

경남 김종부 감독(왼쪽)-울산 김도훈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스포츠동아DB
경남 김종부 감독(왼쪽)-울산 김도훈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스포츠동아DB

● 전력보강→리빌딩

종=솔직히 선수단 리빌딩이 쉽지 않네.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퍼즐을 끼우고 팀을 조각하는 작업이 여간 어렵지 않지. 우린 중원에서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을 찾는 데 주력했어.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상대 조직을 허물어트릴 수 있는 이들을 열심히 찾아다녔지. 사실 조직력만 갖고 승부를 보기에는 아쉽잖아. 울산도 보강을 잘했잖아?

훈=출혈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다행히 좋은 FA(자유계약선수) 매물들이 나왔고, 이 가운데 몇 명을 수혈했어요. 타이밍이 기가 막혔죠. 이전에 ‘동경의 대상’이던 쟁쟁한 선수도 수급했으니. 우리도 미드필드에 초점을 둔 건 사실입니다. 경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들을 데려왔어요. 많이 기대가 되네요.

종=경남이 최근 큰 대회에 나선 적이 없잖아. 경험도 필요했어. 패기도 중요하지만 팀에게 안정감을 줄 고참들이 시급했어. 곽태휘(38), 박기동(31) 등 수비와 공격에 걸쳐 빠졌거나 공백이 발생할 지역을 열심히 채웠어.

훈=저희도 경험을 중시했는데, 경기운영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 또 프로의식을 종합적으로 살폈어요. 플레이 조율을 해본 경험이 있는 자원이 필요했고 이를 베테랑들이 해주리라고 봐요. 경남도 그렇겠지만 저희도 이름값이 전부가 아닙니다. 철저한 경쟁을 극복해야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종=그게 프로가 아니겠어? 각자의 재능을 정당한 대가를 얻고 팔았잖아. 명문구단을 만드는 건 구단의 역할이지만 선수단이 기반을 닦아야지. 밑그림을 그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얘기야. 난 우리 선수들이 화려함만 쫓아가기보다 기본에 충실했으면 해.

훈=현재 솔직한 고민이 있다면 선수단 평균연령대가 높아진 부분입니다. 주위에서도 이를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선수들의 몫이죠. 우리가 합심해 극복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ACL 준비는 잘 이뤄지고 있나요? 첫 도전이라서 의미가 클 텐데.

● 희망의 2019시즌을 바라보다

종=특별한 느낌은 없어. 그래도 쉬운 무대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어. 도민구단으로 가능한 최대치의 전력을 입히고 있잖아. 최정예 선수단을 완성시키고 최소 2~3주 정도는 함께 손발을 맞출 여건이 돼야 해. 호흡을 맞추고 가장 효율적인 전술을 만든 뒤 연습경기도 치러봐야 시즌 개막 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봐.

훈=목표한 컬러는 뚜렷합니다. 무의식적인 플레이부터 끊임없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경기를 주문하고 있어요. 빠른 압박과 매끄러운 리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전북과 울산, 포항 스틸러스 등이 대대적인 보강작업을 했지만 누구나 새 조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다행히 모두가 약간은 혼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 시즌 초반부를 잘 버티면 승부수를 띄울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

훈=전 지도자를 하고 항상 두려움과 싸웠답니다. 지금도 걱정스럽고 두렵고 하네요. 특히 울산은 유소년 시스템과 좋은 성적을 동시에 노리는 팀입니다. 틀림없이 어려운 위치죠. 그래서 보람도 커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모두가 고른 발전을 꾀할 수 있잖아요.

종=우리의 운명도 마찬가지야. 항상 부딪혀야 하는 도전자. 특히 경남의 현실은 쉽게 바뀔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수월하게 훈련할 수 없어. 완성된 선수도 적고, 완성된 팀도 아니기 때문에. 세계 최강의 명문클럽들도 벅찰 정도로 훈련강도가 높지. 목표도 정했어. 일단 6위권에 오르고 ACL 무대를 꾸준히 노크할 수 있는 팀이 되자는. 단순한 돌풍을 넘어 그 이상까지 바라보려 해. ACL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거야.

훈=지난해보다 높은 순위를 향해 달릴 겁니다. 준비가 최우선이겠지만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울산·함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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