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중계 화면에 남녀 선수들이 번갈아 등장했다. 막 TV를 켠 골프 팬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했다.
7일 호주 빅토리아의 13번 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ISPS 한다 빅오픈 1라운드 모습이었다. 이 대회는 남자 단체인 유러피안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날 남녀 각각 156명 선수들은 같은 코스에서 10분 간격으로 티샷을 날렸다. 남녀 선수가 같은 무대에 올라 엇갈려 라운드를 하는 이색 이벤트였다.
2017년 국내에서도 남녀 프로 대회를 겸한 카이도오픈이 같은 시기,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서로 다른 코스를 사용해 마주칠 일은 없었다.
호주 프로 출신인 이신 해설위원은 “골프 대회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 시대다. 양대 투어가 팬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 규모가 매머드급이다 보니 여자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라커룸을, 남자 선수들은 골프장 외곽에 있는 리조트 라커룸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 투어는 남자 대회 총상금이 여자 대회보다 많은 게 일반적이다. 2년 전 미국 ESPN 설문조사에 따르면 LPGA 선수 78%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비교할 때 공평한 보수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엔 남녀 대회 총상금이 각각 150만 호주달러(약 12억 원)로 같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최진호는 “새로운 시도라 낯설고 연습장과 휴식공간이 복잡하긴 해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뒤로 여자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의 대회가 생긴다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라운드에서는 남자 선수 126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여자 선수는 같은 코스지만 남자보다 400야드 정도 짧게 세팅된 가운데 76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었다. 남자 선수에게는 전장이 7000야드를 넘지 않아 짧았고, 난도도 다소 낮았다는 분석이다
현장을 지켜본 이근호 스포츠 인텔리전스 그룹 이사는 “몇 개 홀은 남녀 선수들이 비슷한 전장에서 치게 돼 서로 다른 코스 공략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진기록도 쏟아졌다. 세계 랭킹 668위 제임스 니티스(호주)는 10번 홀에서 출발해 15번홀부터 5번홀까지 9개홀 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2위에 올랐다. 9홀 연속 버디 행진은 2009년 캐나다오픈에서 마크 캘커베키아가 세운 PGA투어 최다 기록과 타이다.
호주 교포 오수현은 149m의 15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낚은 데 힘입어 공동 2위(6언더파)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선수로 공식 데뷔한 전영인(19)은 4오버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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