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도 필요한 손흥민의 폭풍질주와 원샷원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1일 14시 00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폭풍질주는 손흥민(27·토트넘)의 트레이드 마크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독일전에서 보여준 50여m 전력질주에 이은 쐐기골은 손흥민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그는 동북고 시절부터 ‘총알탄 사나이’로 유명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를 지닌 데다 그 속도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안정된 드리블을 하는 기술은 탁월했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치고 달리는’ 능력은 자랑거리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스피드는 그 명성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10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26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 순발력과 스피드, 그리고 찬스에서 한방에 해결하는 원샷원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무사 시소코가 후방에서 올려준 공을 잡은 지점은 하프라인에서도 한참 밑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따돌린 그는 60여m를 폭풍같이 내달렸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 슛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현지 방송에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칭찬한 것처럼 손흥민은 역습에 가장 특화된 공격수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3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5호골(리그 11호).

이날 손흥민의 움직임을 보면 휴식이 큰 도움이 된 듯 했다. 아시안컵 이후 토트넘에 복귀해서도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던 그는 지난 2일 뉴캐슬전 이후 일주일간 꿀맛 같은 휴식을 보냈다. 재충전 덕분인지 전후반 90분을 뛰고도 스피드에는 변함이 없었다.

스피드만으로는 훌륭한 공격수가 될 수 없다. 반드시 결정력을 장착해야한다. 기회가 왔을 때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줘야 진정한 스트라이커다. 이런 점에서도 손흥민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는 경기 후 “일대일 찬스에서 골키퍼가 크게 보였지만, 왼발 슈팅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전반 15분 상대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와 경합 과정에서 억울한 경고를 받았지만, 그 이후 플레이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억울함을 득점으로 풀어냈다.

EPL에서 보여주는 손흥민의 플레이는 나무랄 데가 없다. 중요한 건 이런 모습을 국가대표팀에서도 볼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대표팀의 주장이자 한국축구의 에이스다. 그의 능력이 필요한 곳은 소속팀 토트넘 뿐만 아니라 벤투호도 마찬가지다.

4강 진출에 실패한 2019 아시안컵은 큰 아쉬움만 남긴 대회였다. 손흥민의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혹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탓에 제대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울러 전술상의 미흡함도 드러냈다. 손흥민은 줄곧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원톱 황의조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자신의 위치를 옮겨 다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주었듯 처음엔 투 톱으로 나섰다가 동료들과 계속 로테이션을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레스터시티전은 파울루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많은 영감을 줄만한 경기다. 손흥민의 스피드를 살리고, 아울러 대표팀의 골 결정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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