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평화의 물결이 한반도에서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질 2032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의 위대한 여정이 첫 걸음을 내디뎠다.
대한체육회는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고 남북 공동개최가 추진되는 2032하계올림픽 국내 유치도시를 서울특별시로 선정했다. 대의원 투표에서 서울시는 전체 유효표 49표 가운데 34표를 얻었다. 오거돈 시장을 필두로 한 부산광역시는 단독개최 의사를 접고 서울시와의 공동유치 전략에 주력했으나 대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만의 행사가 아닌, 한반도의 명운을 건 국가적인 이벤트다. 모든 역량을 기울여 평화의 제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올림픽 공동유치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서 시작됐다. 이후 남북은 지난해 12월 14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체육분과회담을 열어 공동개최의 기반을 마련했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서울은 지난 연말 평양과 올림픽 동시 개·폐회식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산은 최근 부산·평양 공동개최 유치 동의안 채택에 이어 서울과의 공동개최 의지를 전했다. 체육회 유치도시 선정평가위원회는 1월 말 현장실사를 마친 뒤 31일 이사회에 결과를 보고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긴 과정의 출발이다. 막대한 국비가 필요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국제대회 유치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승인이 떨어지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도 논의해야 한다. 15일 스위스 로잔의 IOC본부에서 열릴 남북·IOC 3자회담을 위해 도종환 문체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이기흥 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등 체육회 임원들이 13일 로잔으로 향한다. 북한은 김일국 체육상이 참석한다.
호주(브리즈번)와 중국(상하이), 독일, 인도네시아 등이 유치희망을 밝힌 가운데 2025년 IOC 총회에서 서울-평양이 개최지로 확정하면 남북은 올림픽 사상 첫 공동개최의 역사를 쓰게 된다.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좋다. 남북체육수장을 로잔에 초대한 인물이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다. 그는 이미 “남북정상 합의를 환영 한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관심사는 또 있다. 2020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이다. 로잔 회동에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한다. 남북은 12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접촉하며 단일팀을 논의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출전한 여자농구와 카누(용선), 조정이 유력하고 수영과 수구(한국 제안), 탁구와 역도(북한 제안) 중 일부 종목에서 추가로 선정될 전망이다.
다만 단일팀은 남북 합의와는 별개로 국제경기단체와 출전국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올림픽 엔트리 조정과 출전쿼터 부여 등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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