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10일 대한항공전 세트스코어 2-3 패배로 5라운드를 마쳤다. 마지막 6라운드를 남겨둔 가운데 지금까지 치른 30경기 중 10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다. 시즌 3분의 1이 풀세트인 셈이다. 대한항공(풀세트 12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승률은 1승9패로 최악이다. 7개 구단 중 풀세트시 승률 꼴찌다. 15점을 먼저 따내면 되는 5세트에서 번번이 패한 것은 분명 뒷심 부족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사정을 살펴보면 마냥 뒷심 부족을 지적하기 힘들다. 한국전력은 현재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단순히 한두 경기가 아니다. 2라운드 막판부터 토종 선수들로만 버티는 중이다. 아텀 스쉬코가 복부 부상으로 이탈한 뒤부터 한국전력을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벽을 짜기가 쉬워졌다. 서재덕 외에 리그 정상급 선수가 없는 라인업에 외국인 선수까지 빠졌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30경기 중 10경기를 풀세트까지 끌고 갔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리드하고 있다 집중력 부족으로 경기를 내준 것보다 어떻게든 따라잡아 막판까지 승부를 알 수 없게 만든 경우가 더 많았다. 풀세트 승리로 따낸 승점 2와 패배로 얻은 승점 9. 이렇게 만든 승점 11은 3승팀 한국전력이 승점 17이라도 건진 원동력이다.
김철수 감독은 대한항공전을 마치고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줬다”고 강조했다. 분패에도 김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어려운 전력에도 손쉬운 패배를 당하지 않는 선수들이 마냥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김 감독은 “올해만 배구하는 것 아니다”고 거듭 말했다. ‘주포’ 서재덕 역시 “다음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독기가 다음 시즌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전력은 얼마 전 현대캐피탈을 3-0 완승으로 잡았고, 대한항공과도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선두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셈이다. V리그 막판을 더욱 달구는 요소다. 하지만 흥행 메이커에 그치지 않겠다게 한국전력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