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우승 열쇠 쥔 육상선수 출신 쏜튼 vs 빌링스
‘달리기’냐 ‘높이뛰기’냐.
여자프로농구(WKBL)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이 벌이는 선두 경쟁이 ‘육상선수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스타즈는 21일 현재 1경기 차로 2위 우리은행에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리그가 막판으로 접어든 가운데 양 팀 공격의 핵인 카일라 쏜튼(27·KB스타즈)과 모니크 빌링스(23·우리은행)가 육상으로 다져진 탄탄한 기량으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학창 시절 중장거리 및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한 쏜튼은 팬들 사이에서 ‘적토마’로 불린다. 185cm, 86kg으로 용병으로서는 크지 않은 체격의 쏜튼은 빠른 발을 활용한 속공이 주무기다. 쏜튼은 이번 시즌 득점 1위(21.13점), 리바운드 6위(9.77개)를 기록하며 KB스타즈가 선두를 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쏜튼은 30경기에서 누적 속공 득점 75개로 2위 삼성생명 박하나(28개)에게 크게 앞설 정도로 ‘육상선수’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이야기 속 명마를 연상케 하는 탄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은 어려서부터 육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10년 넘게 육상을 했다. 그래서 농구로 전환이 쉬웠던 것 같다. 어차피 달리는 운동 아닌가(웃음). 장거리를 달리면서 지구력과 인내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일 크리스탈 토마스(30)를 대신해 우리은행에 합류한 빌링스는 바로 쏜튼의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다. 토마스는 리바운드 능력은 좋았으나(경기당 평균 12.52개로 1위) 공격력에서 쏜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공격력을 갖춘 용병이 필요했던 우리은행은 2018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5순위로 애틀랜타에 지명됐던 빌링스를 영입했다. 지금까지 5경기를 뛴 빌링스는 경기당 평균 19.6점(2위)으로 쏜튼의 뒤를 바짝 쫓으며 위협하고 있다.
빌링스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0년부터 3년간 높이뛰기 선수로 활동했다. 개인 최고기록이 183cm일 정도로 탄력이 좋다. 한국 여자 높이뛰기 최고기록이 193cm이니 고교생 때 기록인 점을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구단 관계자는 “영입 당시 높이뛰기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다. 선발하고 보니 점프력이 좋아 상대 박스아웃이 강한 상황에서도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23일 펼쳐지는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정규 시즌 1위를 판가름할 ‘미리 보는 챔프전’이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23일 경기는 포스트시즌 최종전만큼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빌링스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이 많아 그에 대한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1일 우리은행은 KEB하나은행을 86-82로 꺾고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아직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 빌링스가 오늘 20득점 10리바운드를 해줬으니 바랄 게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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