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온나촌 아카마 야구장. 불펜 피칭을 하던 최충연(22·사진)의 표정이 어두웠다. 자세가 잘 잡히지 않는 듯 던지려다 멈추기를 여러 차례.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는 그의 자세 교정을 위해 불펜 투구를 중단하고 운동장으로 이동해 장거리 송구 훈련을 지시했다. 최충연은 “불펜에서 도저히 투구 리듬이 안 맞았다. 트인 공간에서 멀리 공을 던져보면서 리듬을 되찾는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85이닝 평균자책점 3.60으로 구원 투수 가운데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1위(2.98)를 기록한 최충연은 이번 시즌 선발로 마운드에 나선다. 불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김한수 삼성 감독은 장신(190cm)에다 시속 150km 강속구 투수인 최충연이 선발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23일 자체 청백전에서는 청팀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발로 변신 중인 그의 스프링캠프 과제는 지구력 향상이다. 지난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가 41개에 불과한 최충연은 선발로서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이날 최충연은 불펜에서만 131개를 던졌다. 송구 훈련 투구 수를 더하면 200개 가까운 공을 던진 셈. 다른 투수들이 모두 철수한 뒤에도 그는 홀로 남아 꿋꿋이 공을 던졌다. 131개째를 던진 최충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못 던지겠다”고 말하자 오치아이 투수 코치는 그제야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5이닝 정도 던졌다”고 농담을 건넸다. 훈련 후 “10이닝은 던진 것 같은데…”라며 운을 뗀 최충연은 “1000개든 2000개든 감을 잡을 때까지 던져 보려고 했다. 처음 100개는 그냥 버린다는 생각으로 던졌고, 마지막 30개를 던질 때가 돼서야 작년 리듬을 좀 되찾았다”고 말했다.
200개 가까운 투구 훈련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최충연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개운하다. 앞으로 두세 번은 더 이렇게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89kg에서 95kg까지 체중을 늘리면서 밸런스가 안 맞았다. 오늘 감을 좀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