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두 이끄는 특급세터… 34세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
통산 1만3031세트 기록 경신 눈앞… “마흔까지 뛰고 싶은 욕심 더 커”
첫 통합우승 시동 건 ‘대한항공 배구단 세터‘ 한선수 선수
“위염까지 겹쳐 힘드네요….”
28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배구장에서 만난 세터 한선수(34)의 목소리는 감기로 깊이 잠겨 있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가늠하기 힘든 불꽃 튀는 선두경쟁에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3위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던 지난해보다 상황은 한결 낫다. 최근 6연승을 거두며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승점 3점 앞선 선두에 올라 있다. 남은 3경기에서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직행도 가능하다. 한선수는 “작년 이맘때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으로) 지금은 선수들 모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어쩌면 ‘8할’은 한선수 덕이다. 이번 시즌 남자배구는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격언이 정확히 맞을 정도로 각 팀이 세터에 울고 웃었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공격수 전광인(28), 검증된 외국인 파다르(23)를 영입하며 우승 시동을 건 현대캐피탈도 이들을 하나로 꿸 세터가 없어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우리카드도 시즌 초반 세터 노재욱(27)을 영입한 뒤에야 반등했다.
프로배구 역대 최다 세트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KOVO 제공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가 슬로베니아 대표팀 차출 등으로 체력이 떨어져 다소 성적에 기복은 있었지만 한선수가 꾸준히 세팅을 잘해 봄이 가까워지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뿐 아니라 정지석, 곽승석 등 훌륭한 국내 공격수들이 있어 어디든 믿고 자신 있게 올렸을 뿐이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달 25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통산 1만3004세트(역대 2호)를 달성한 한선수는 곧 최고기록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역대 최다는 권영민 현 한국전력 코치(39)의 1만3031개로 27개 차이. 이날 세트 48개를 추가했던 한선수로선 3일 한국전력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선수는 “그저 공만 띄우던 선수였는데 13시즌째 꾸준히 하다 보니 그리 됐다. 마흔까지 오래 배구를 하고 싶지만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즌 막바지이기에 한선수에게 ‘창단 첫 통합우승’ ‘챔프전 2연패’ 욕심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선수는 무덤덤하게 “없다”고 말했다.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바로 “간절히 원한다고 얻어지는 게 우승이 아니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 보니 지난 시즌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겼고 창단 첫 챔프전 우승도 했어요. 마찬가지예요. 당장 다음 경기도 같은 마음으로 집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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