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 황현수가 첫 번째 골을 성공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부잣집 도련님에서 지금은 소년가장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홈 개막전을 앞둔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확연히 달라진 선수단의 무게감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히 묻어난 표현이었다.
한때 서울은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팀이었다. ‘절대 1강’ 전북 현대와 사실상 유일하게 경쟁했을 정도로 뜨거운 한 시대를 보냈다. 전북의 독주가 계속된 2010년대, 서울은 두 차례(2012, 2016) 정규리그를 평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전반기부터 헤매더니 시즌 말미에는 11위까지 추락했다. 긴급 구원투수로 최 감독을 모셔온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은 ‘명가 재건’을 외쳤다. 기대가 컸다.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의 적극적인 행보가 기대됐다. 하지만 서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출혈에 비해 수혈은 적었다. 아시아쿼터를 포함해 4명까지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도 3명에 그쳤다. 최 감독은 지속적으로 “날 데려온 구단의 방향을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출했으나 끝내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가장 기대가 커야 하고,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첫 승부를 앞둔 최 감독이 ‘소년가장’이라는 표현까지 쓴 푸념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믿을 구석이 있었다. 누군가 “개막전인데 1.5군이 출전했다”고 우려하자 최 감독은 “지금이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답했다. 이름값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이겨낸 선수들이 출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낯설고 젊은 이름으로 가득 채워진 스쿼드에 당황한 쪽은 포항이었다. 포항 최순호 감독은 “기대가 크다. 팀 컬러를 점점 이해하고 있다”며 자신했으나 뚜껑이 열리자 서울이 힘을 냈다. 하프타임 이전에 일찌감치 두 골을 뽑으면서 서울은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새 시즌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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