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서울 황현수가 첫 번째 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FC서울의 중앙수비를 책임지는 ‘젊은 피’ 황현수의 2018년은 다사다난했다. 가장 뜨거운 행복을 만끽했으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 일원으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금빛 시상대에 섰을 때만 해도 온 세상을 전부 가진 듯 했다. 경기 도중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를 범하기도 했으나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에 나서 대한민국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황희찬(함부르크SV)-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과 ‘AG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꽃길을 걸었다.
그러나 정작 소속 팀에선 부진했다. “초심을 잃었다”는 치명적인 평가도 나왔다. 황선홍 전 감독의 뒤를 이은 이을용 전 감독대행은 제자가 2% 부족하다고 봤고, 출전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최용수 감독 부임 후에도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겉멋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한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황의조, 황희찬, 황인범을 꾸준히 소집했지만 황현수는 그 사이 잊혀진 존재가 됐다.
황현수는 이를 악물었다. 괌에서 일본 가고시마로 이어진 동계전지훈련 내내 모든 걸 쏟아냈다. 더 이상 밀려날 수 없었다. 드디어 잡은 소중한 기회.
최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홈 개막전(1라운드)에 황현수에게 스리백 수비의 한 축을 맡겼다. 솔직히 최 감독이 1순위로 점찍은 자원은 유스 출신 새내기 김주성이었다. 그러나 김주성은 개막 직전, 부상을 입어 첫 구상이 흐트러졌다.
황현수는 이를 대신한 잇몸이었다. 겨우내 탄탄한 조직력을 구축한 포항에 휘말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서울은 슈팅 횟수 22 대 1에서 드러나듯 포항을 압도했다. 중심에 황현수가 있었다. 공격수 출신답게 해결사 능력도 충분했다. 황현수는 전반 10분 헤딩 골에 이어 18분 뒤 ‘우즈베키스탄 특급’ 알리바예프의 도움으로 추가골까지 성공시켰다.
미운오리새끼의 부활에 가장 기뻐한 이는 최 감독이었다. “훈련태도가 성실해 기회를 부여했다”던 그는 제자의 골이 터질 때마다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황현수는 “공격에 더 욕심냈다. 지난해 많이 뛰지 못했는데,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상암벌에는 마이클 김 코치를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찾아왔다. 인생경기로 인생역전까지 노리는 황현수의 꿈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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