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위민스 15언더 대역전승
LPGA 진출 후 시동 늦었지만 “올해는 충분히 준비” 자신감 입증
쭈타누깐에게 4타 뒤졌지만 압승… 몰아치기로 이민지 2타 차 제쳐
“시즌 첫 승을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어요.”
경기 내내 굳은 표정을 짓던 박성현(26)은 역전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야 미소를 보였다. 해마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아 ‘슬로 스타터’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그는 화끈한 버디 쇼로 우승한 뒤 후련한 듯 왼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성현이 올 시즌 두 번째 참가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는 3일 싱가포르 센토사GC 뉴탄종코스(파72)에서 끝난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1위에 올랐다. 2주 연속 2위에 머문 호주 교포 이민지(13언더파)와는 2타 차. LPGA투어 통산 6승째를 기록한 박성현은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 원)를 획득했다. 통산 상금은 400만 달러를 돌파해 407만6822달러를 기록했다.
박성현은 2017년 LPGA투어 진출 이후 해마다 시동이 늦게 걸렸다. 2017년에는 7월, 지난해에는 5월에야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출격에 앞서 “뭔가 부족한 채 시작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준비를 충분히 마쳤다”고 말하던 자신감을 실전에서 입증해 보였다. 필리핀 기업 솔레어 리조트 앤드 카지노와 역대 한국 골프 최고 대우(연간 30억 원 이상·추정)로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마치면서 한결 홀가분한 상태가 된 것도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박성현은 “겨울 전지훈련부터 샷과 퍼팅 등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단단한 경기를 펼친 것 같다. 시즌 출발이 좋아 앞으로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2위 박성현의 ‘위기관리 능력과 뒷심’이 돋보인 경기였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4타 뒤진 공동 8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박성현은 1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포함해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후반에 약한 징크스도 깨뜨렸다. 박성현은 2라운드 후반에 3오버파, 3라운드에 2오버파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은 10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한 뒤 13번홀(파5)에서는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졌으나 약 7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이민지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에 보기 없이 4타를 줄이면서 역전 우승을 확정지은 박성현은 “하루 정도 몰아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날에 좋은 경기력이 살아나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라이벌 쭈타누깐을 압도한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박성현의 4라운드 평균 비거리는 281야드, 쭈타누깐은 279야드였다. 박성현은 페어웨이 안착률이 85.7%로 쭈타누깐(64.3%)보다 높았다. 전날까지 맹타를 휘둘렀던 쭈타누깐은 이날 13번홀에서 더블 보기에 이어 14번홀에서 보기를 하는 등 후반에 흔들리며 공동 8위(8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연락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박성현은 지난달 우상인 우즈와 테일러메이드 광고 촬영을 통해 처음 만났다. 박성현은 “우즈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하지만 우즈가 이 인터뷰를 본다면 (우즈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 우승할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6일부터 시작하는 메인 스폰서 초청 대회인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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