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불펜은 지난해 팀의 정규시즌 3위, 11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최대 원동력이었다. 팀이 거둔 77승 중 무려 42승을 불펜투수들이 합작했다. 10개 구단 불펜 중 최다승이었다. 한화 불펜의 평균자책점 4.28 또한 경이로웠다. 2위인 삼성 불펜의 4.66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올해도 한화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참가를 노린다. 여러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가능한데, 빼놓을 수 없는 한 명이 있다. 셋업맨이 유력한 우완 이태양(29)이다.
마무리 정우람 앞에서 승리의 디딤돌을 놓는 역할이다. 이태양이 또 다른 셋업맨 후보 송은범과 함께 8회를 깔끔하게 지워버린다면 한화는 승리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지난해 이태양은 익숙했던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변신해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63경기에 등판해 4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68게임에서 7승4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2.50을 올린 송은범과 함께 난공불락의 ‘한화 캐슬’을 쌓았다. 선발로는 2014년(7승10패·평균자책점 5.29)이 최고였다면, 불펜으로 전환한 2018년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즌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 덕에 연봉도 지난해 7300만 원에서 올해 1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팀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이태양은 불펜 수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벌써 불펜피칭으로 60개까지 소화했다. 1월 개인훈련 때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KIA 타이거즈), 장민재(한화)와 함께 한 발 앞서 오키나와를 찾아 어깨와 팔꿈치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보강훈련을 진행했다. 류현진과 윤석민에게서는 다양한 변화구도 배웠다. 자연스레 캠프의 목표도 정해졌다. 이태양은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이번 캠프의 목표다”고 밝혔다.
어느덧 프로 10년차에 우리 나이로는 서른 살이다. 한화 투수진 중에서도 중간 이상의 위치로 올라섰다. 경력으로나 실력으로나 이제 그에게 필적할 만한 투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태양은 손사래를 쳤다. “프로는 경쟁이다”는 뚜렷한 인식이 머리에 각인돼 있어서다. 그는 “내가 우리 팀 투수진에서 중간이 됐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옛날처럼 ‘정해진 자기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운드에서의 모습만큼이나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태양의 자세는 진지하고 듬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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