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승리에도 전북 현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의 맘은 완전히 편하진 않은 듯 했다. 시즌 첫 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최다골의 기쁨을 말할 때는 즐거워하다가도 이제는 적이 된 후배 김민재(베이징)의 실수를 떠올릴 때는 복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전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베이징에 3-1 승리를 거뒀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이동국은 1-1로 맞선 후반 3분 한교원의 패스를 오른발로 처리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26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김신욱의 쐐기골을 돕기도 했다.
이동국은 “우리가 준비한 경기를 (K리그) 개막전에서 다 보여주지 못해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빌드업 등이 지난 경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득점으로 이동국은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득점 기록을 37골로 늘렸다. 데얀(수원 36골)을 넘어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면서 “어차피 깨질 기록들이다. 지금보다 은퇴하는 순간에 기록을 갖고 있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처럼 선발로 뛰었던 것을 두고는 “선발이든 교체로 나가든 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100%를 다 하기 위해 항상 생각하고 준비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즌을 치를 생각”이라고 전했다.
후배 김민재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동국의 득점은 김민재의 실수로부터 비롯됐다. “프로의 세계인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우리 팀으로 봤을 땐 좋은 상황이 됐다”는 이동국은 “민재가 오늘 잠을 못 잘 것이다. 안쓰럽기도 하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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