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22·KT 위즈)이 입단 3년 만에 드디어 베일을 벗을까. 매일 밤마다 1군 마운드를 그리는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이정현은 마산용마고 시절이던 2017년 2차 1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유급 경력으로 1차지명을 받을 수 없었지만 당시 그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가능만 했다면 무조건 1차지명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정현은 한 차례도 1군 마운드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퓨처스리그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2017년 3경기 2.1이닝, 2018년 6경기 21.1이닝이 전부였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10경기도 등판하지 못했으며 그나마도 모두 퓨처스리그였다. 부상이 문제였다. 입단 첫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그는 긴 재활의 터널에 들어섰다. 팔꿈치 인대가 절반 가까이 손상됐던 만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2년은 그를 향한 팬들의 엄청났던 기대치가 아쉬움으로 바뀐 시간이었다.
올해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이정현은 데뷔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이름을 올렸고, 중도 낙오 없이 완주에 성공했다. 그를 지켜본 박승민·이승호 투수코치는 입을 모아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이정현은 “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었다. 통증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입단 3년차인데 몸 상태는 최상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간 재활에 성실히 임했는데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빨리 1군에 올라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통증 때문에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은 내 공을 던지고 있다. 답답함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마산용마고 시절 가장 좋았던 폼과 공에 근접해졌다.”
이정현은 6일(한국시간) KT의 스프링캠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처음으로 등판했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던 캠프였지만 회복세가 워낙 좋아 실전까지 치를 수 있었다. 이정현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야수들을 뒤에 둔 채 마운드에 올랐던 것이다. 이정현이 프로 생활에 비로소 첫발을 뗀 셈이다.
“첫 실전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긴장도 됐지만 막상 공을 던지자 다를 건 없었다. 1군 마운드가 정말 간절하다. 빨리 서고 싶은 마음뿐이다. 잠들기 전 매일 상상한다. 스스로에게 ‘1군 마운드에 서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다. 첫 등판하는 날 관중석을 본다면 소름이 쫙 돋을 것 같다. 지난 2년간 팬들에게 실망만 끼쳤다. 이제 그걸 열심히 되갚아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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