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33)은 2013시즌부터 꾸준히 선발진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지난해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2017시즌 4.53에서 지난해 6.70로 치솟은 평균자책점이 문제였다.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SK 와이번스와 맞붙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도 한 차례 구원 등판한 게 전부였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유희관은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포심패스트볼(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30㎞ 안팎에 불과하다. 완급조절과 안정된 컨트롤을 앞세워 상대 타자와 수싸움을 하는 투수다. 구위 저하에 대한 위험요소는 적지만,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올라간다. 투구에 디테일을 가미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미야자키 캠프 기간에 두 차례 연습경기에 나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19일 인천 SK전을 포함한 시범경기 2게임에서도 9이닝 동안 한 점만을 내줬다. 최근 네 차례 실전등판에서 14이닝 동안 2점만을 허용했다(평균자책점 1.29).
두산 김태형 감독(52)은 SK전에 앞서 “(유희관이) 지금까진 좋다. 몸을 잘 만들었다”며 “패스트볼의 회전수와 변화구의 각도가 괜찮다”고 평가했다. 변화를 확인한 덕분에 5선발로 낙점하기도 한결 수월했다.
유희관은 SK의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동안 2안타(1홈런) 무4사구 5삼진 1실점의 안정적인 투구를 자랑하며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패스트볼(20개) 최고구속은 129㎞였고, 싱커(31개), 슬라이더(15개), 커브(7개), 포크볼(1개)을 섞어 던졌는데 공이 타자의 무릎 높이에 형성됐고, 자유자재로 구속을 조절하며 타이밍을 뺏는 모습도 돋보였다. 3회 허도환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시속 103㎞ 커브)만 제외하면, 18승(5패)을 거둔 2015시즌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유희관이) 명예회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는 김 감독의 말에 힘이 실렸다.
두산은 2-3으로 역전패했지만, 유희관의 호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경기 직후 만난 그는 “비시즌 동안 체중을 8~9㎏ 줄이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한창 좋았을 때 체중에 가까워졌다”며 “5선발을 확정했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마음이 편하기보다는 책임감이 커졌다. 반드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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