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친구들이 벌인 우정의 대결은 역대 플레이오프(PO)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끝났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웃었다. 패장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의 표정에는 여한이 없었다. 할 만큼 했다는 후련함이 담겨 있었다. 친구에게 정정당당하게 붙어서 최선을 다했고, 누군가는 져야 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경기가 끝나면 누구든지 서로를 껴안아주기로 약속했다. 역대 V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멋진 두 감독의 포옹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패장 차상현 감독은 “축하한다. 올라가서 잘해라”라고 덕담을 했다. 이런 친구에게 승장 김종민 감독은 “수고 많았다. 잘 싸웠다”고 격려했다.
김 감독은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준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다시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가져서 기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상대가 젊어서인지 1,2세트에는 힘에서 밀렸다. GS칼텍스의 스피드와 파워 있는 공격에 우리가 고전했다. 3세트부터 강하게 때린 공격을 블로킹으로 잘 커버하고 우리 공격 때는 길게 때린 것이 성공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나흘 사이에 김천~서울~김천을 오가며 무려 15세트를 소화한 도로공사 선수들에게 가장 문제되는 것은 선수들의 피로와 회복 능력이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 대부분은 30대의 베테랑이다. 김종민 감독은 힘든 현실을 받아들였다. “15세트를 해서 지금은 체력회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정원은 “지금 지쳐서 아무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경기 때는 물론이고 경기를 마친 지금도 토할 것 같은 생각뿐이다.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버텨준 언니들이 대단하다”고 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GS칼텍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숙소를 나설 때부터 이미 인천 원정을 준비해서 짐을 다 싸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선수들은 식사를 마친 뒤 구단버스를 타고 밤길을 달려 새벽에 인천에 도착하면 일단 쉬고 20일 오후 1시부터 코트적응훈련을 한다. 김천의 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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