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지만 한화 이글스 선발진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최약체라는 평가를 한참 벗어난다. 정규시즌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유쾌한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한화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서 5-2로 이겼다. 승패를 떠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선발등판한 새 외국인투수 채드 벨의 투구 내용이었다. 2선발로 낙점한 한용덕 감독의 기대에 걸맞게 5.1이닝 5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5이닝 2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신고한 14일 SK 와이번스전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역투다.
좌완 벨은 2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87로 시범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가 됐다. 다승과 ERA에서 모두 1위다. 정규시즌 첫 선발등판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두산 베어스전이 유력하다.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구종, 까다로운 디셉션 동작을 두루 갖춰 타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직까지는 의문스러운 이닝소화능력을 입증하고 상대팀들의 철저한 분석을 이겨내야 한다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지만, 한화가 의외로 수준급 외국인투수를 확보한 것으로 볼 만하다.
비단 벨만이 아니다. 표본이 적다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다른 4명의 선발투수들도 한 차례씩의 등판에서 제 몫을 다 했다. 1선발을 맡을 워윅 서폴드와 우완 김성훈은 각각 5이닝과 4이닝을 던져 나란히 무실점을 찍었다. 좌완 박주홍은 5이닝 1실점, 사이드암 김재영은 4이닝 2실점이다. 벨처럼 서폴드 역시 올해 KBO리그에 데뷔하고, 3~5선발을 이룰 국내투수들도 선발 경험이 적어 한 감독 스스로도 “미지수”라고 진단한 한화 선발진이 시범경기에선 ERA 1.27을 기록 중이다. 팀 ERA 3.71과 비교해도 꽤나 이례적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한화 선발진은 35승49패, ERA 5.46에 그쳤다. 승수는 NC(25승)에 이어 가장 적었고, 1위 두산(69승)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ERA는 그나마 형편이 나아서 5위였다. ERA 4.28(1위)에 42승(1위), 37세이브(2위), 62홀드(4위)를 합작한 철옹성 불펜이 한화를 정규시즌 3위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발진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선발진이 ‘반전’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기에 한화는 흐뭇하다. 정규시즌까지 그 기세를 살려나가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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