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301, 56홈런, 144타점(131경기). 이승엽(43·현 KBO 홍보대사)은 2003년 아시아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을 때려냈다. 당시 KBO리그는 133경기 체제였고, 이승엽은 그나마도 2경기에 결장했다. 8.55타수당 1홈런을 때려낸 셈이었다.
KBO리그는 2015년부터 144경기 체제로 확장했다. 홈런, 안타, 타점 등 누적기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당연했다. 하지만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신기록은 아직 소식이 없다. 가장 근접했던 이는 2015년의 박병호(키움 히어로즈·53개)였다. 이후 2년간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던 박병호는 복귀 시즌인 지난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빠졌음에도 43홈런을 기록했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박병호가 144경기에 나섰다면 통계적으로 55홈런까지 가능했다.
과연 올해는 대기록 달성이 가능할까. 중요한 변화도 하나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박병호를 2번타자로 기용할 생각이다. 산술적으로 40타석 정도 더 들어설 수 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조금 더 지칠 수 있지만, 홈런 개수가 늘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동아는 개막을 앞두고 30인의 전문가들에게 박병호의 대기록 가능성을 물었다. 30명 중 22명이 올시즌 홈런왕으로 박병호를 점쳤다. 하지만 이들 중 ‘KBO리그 홈런 신기록’을 예상한 이는 세 명에 불과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누군가가 깬다면 (박)병호 뿐이다. 한 살이라도 젊은 시기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2번타순으로 간 이상 한 번쯤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부상으로 타석수가 적은 데도 1개 차 홈런 2위였다”며 몰아치기 능력에 기대를 보냈다. ‘페이스메이커’ 역시 중요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김재환, 제이미 로맥, 멜 로하스 주니어 등 타 팀의 쟁쟁한 타자들과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쳤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경쟁구도가 펼쳐진다면 신기록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쉬운 도전은 아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대로 낮아진다면 변수”라고 점쳤고,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반발계수와 무관하게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