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51)은 에이스의 힘을 믿는다. 김광현이 자신의 오랜 징크스와도 직접 싸워 이겨낼 수 있도록 그를 전력에서 애써 감추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도 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이 제법 있다. 특히 KT 위즈를 만날 때 그렇다. 통산 7경기서 평균자책점 9.09로 KBO리그 9개 구단을 상대해 거둔 성적 중 가장 나쁘다. 이를 의식한 SK도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이었던 2018년, 단 한 차례도 김광현을 KT전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23일 KT와의 2019시즌 개막전서도 김광현은 제 본모습을 완벽히 보여주진 못했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경기는 SK의 승리로 끝맺음 됐지만, 김광현은 6이닝 4자책점으로 흔들렸다. 이를 두고 염 감독은 “광현이다운 피칭은 아니었다.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아직 KT를 의식하는 마음이 남은 듯 하다”고 아쉬워했다.
염 감독의 자책이 이어졌다. 일전을 앞둔 김광현이 스스로 KT 징크스를 깰 기회를 주지 못해서다. 염 감독은 지난 17일 KT와의 시범경기 때 선발로 나설 차례였던 김광현을 강화퓨처스파크에서 열린 인하대학교와의 연습 경기에 등판시켰다. 이에 염 감독은 “한 가지 방법만 생각했다. 차라리 시범경기 때 KT와 붙게 해 상대 선수들에게도 ‘역시 김광현이구나’를 인식시킬 수도 있었다. 광현이도 ‘이제 징크스가 풀렸구나’를 느꼈을 수도 있다. 후회가 된다”고 미안해했다.
SK의 ‘김광현 숨기기’ 전략은 해제됐다. 이젠 김광현도 예외 없이 KT전에 나선다. 특히 23일 KT전서는 4-4로 맞선 6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연속 삼진으로 자신의 등판을 마치며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것이 긍정적이다. 염 감독도 “다음부터는 맞더라도 광현이답게 붙었으면 좋겠다. 가진 것이 많은 선수다. 광현이답게 이겨낼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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