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PS) 단골손님에 만족할 팀은 없다. 지난 6년 중 다섯 번 PS 무대를 밟았던 키움 히어로즈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감과 자만심, 그 한 끗 차이에서 키움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키움은 지난해 그야말로 기적을 써내려갔다. 개막 두 달여 만에 마무리 투수와 안방마님이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이탈했고, 주축 야수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부상에 시달렸다. 라인업을 꾸리기조차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4위로 PS에 진출했고,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업셋’까지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이 전 포지션에 포진한 ‘영 히어로즈(Young Heroes)’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동아가 실시한 설문에서 키움은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와 더불어 ‘3강’에 꼽혔다. 장정석 감독은 “그러한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지난해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키움의 상징이던 ‘원 팀 세리머니’는 사라졌다. 대신 다른 세리머니가 그 자리를 채운다. 동작은 지난해에 비해 한결 더 간단해졌다. 양 손을 깍지 낀 뒤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드는 원 팀 세리머니 대신 엄지부터 중지까지 세 손가락을 동시에 펴는 ‘K 세리머니’로 바뀌었다.
야수조장 김하성은 “(박)병호 형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키움의 K를 뜻한다”고 밝혔다. 장정석 감독 역시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걸로 안다. 사소한 동작이라도 선수들이 의기투합하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밝게 웃었다.
장 감독에 따르면, 박병호가 23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달아나는 솔로포를 때렸을 때 K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채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동료들이 환호 대신 외면을 했다고. 박병호가 뒤늦게 세리머니를 하자 동료들은 더욱 격한 환호로 응답했다. 젊은 선수들이 유쾌하게 경기를 즐긴다면 그 시너지는 몇 배다.
김하성은 23일 개막전 승리 후 “오늘 경기를 보고 우리가 왜 3강으로 꼽히는지 많은 이들이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그런 자신감은 좋다. 젊은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라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까지 넥센타이어와 메인 스폰서십을 맺었던 히어로즈는 올해 키움증권의 손을 잡았다.
2023년까지 5년 계약이며 연간 100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옷이 바뀐 만큼 선수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우승을 입에 담는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모습 대신 패기를 택했다. 젊은 영웅의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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