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첫해인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지만, 2018시즌의 유희관은 이전과 달랐다. 2017시즌 4.53에서 지난해 6.70으로 평균자책점이 크게 나빠졌다. 결국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만난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도 선발투수가 아닌 계투로 1경기에만 등판했고, 그마저도 6차전에서 한동민에게 결승포를 얻어맞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절치부심했다. 겨우내 8㎏을 감량했고, 그 덕에 한결 경쾌한 리듬으로 투구할 수 있게 됐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 기간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5이닝 1실점, 시범경기 2게임에서 9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과정은 순조로웠고,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당당히 5선발로 낙점됐다. 유희관은 “가장 좋았을 때 체중을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정규시즌 첫 등판인 27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은 유희관의 부활 가능성을 가늠할 무대였다. 결과는 훌륭했다. 7이닝 동안 5안타 1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5회 이지영에게 허용한 2점홈런을 제외하면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최고구속 131㎞의 직구(37개)와 싱커(33개), 슬라이더(21개), 커브(6개), 포크볼(2개)을 섞어 총 99구를 던졌고, 이 중 스트라이크는 63개였다.
로케이션이 완벽했다. 직구, 싱커, 슬라이더 모두 키움 타자들의 무릎 높이에서 움직였다. “내게 로케이션은 특히 중요하다. 2018시즌에는 공이 높았다”고 돌아봤던 유희관 스스로 만족할 만한 투구였다. 상대 타자가 정타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코스로 공이 들어갔고,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활용한 컨트롤도 일품이었다. 이지영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시속 118㎞ 싱커) 하나가 명백한 실투였다.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명성에 걸맞은 투구였다. 개막에 앞서 “예전 좋았을 때 느낌이다. 스스로 기대가 크다”던 유희관의 외침은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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