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의 무례? 김기태의 기행?… “상대에 결례” “관중에 결례”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26일 13-7 크게 앞서던 한화, 9회말 2사 마무리 정우람 투입
KIA는 대타로 투수 세워 3구 삼진

상대팀에 대한 결례인가, 관중에 대한 결례인가.

26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KIA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둔 9회말. 13-7로 6점을 앞서던 한화 마운드에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올라왔다.

즉시 KIA 김기태 감독이 일어나서 타자 교체를 지시했다. 관중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투수 문경찬이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들고 대타로 나왔기 때문이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하고 나온 문경찬은 타석에 들어선 뒤 배트를 어깨에 걸친 자세로 정우람이 던지는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정우람은 ‘타자’ 문경찬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양 팀에 대한 야구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용덕 한화 감독을 향해서는 “상대 팀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KIA가 8회 이후 주전을 대부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며 사실상 패전을 인정한 후에 이뤄진 투수 교체여서 논란은 더 심하다.

반면 김기태 감독에 대해서는 “6점 뒤지고 있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한 홈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난이 나온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이던 2012년 9월 12일 SK전에서 이만수 당시 SK 감독이 3점 앞선 상황에서 9회말 투수 3명을 연이어 교체하자 항의 표시로 박용택 대신 프로 데뷔 후 처음 1군에 올라온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올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투수도 정우람이었다. KBO는 당시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두 감독은 27일 경기에 앞서 서로 만나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정우람이 계속 등판하지 못했는데 컨디션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 지금까지처럼 잘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에서는 김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이 입을 열었다. 한 주전급 선수는 “해당 상황은 그라운드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존중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경고”라며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와 감독의 의식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3연패를 당했던 KIA는 이날 9-4로 한화를 꺾으며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KIA 선발 윌랜드는 6회까지 이성열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안타 7개를 허용했지만 3실점만을 허용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기아 타이거즈#한화 이글스#김기태#한용덕#정우람#문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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