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흥국생명 감독(56·사진)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여성 지도자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영광의 주인공이 됐지만 불과 한 시즌 전만 해도 악몽의 연속이었다. 여자부 6개 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도 채우지 못한 채 최하위(8승 22패)를 기록했기 때문. 현역 시절 184연승을 기록했던 전설의 실업팀 미도파 멤버이자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그에게 떠올리기조차 싫은 순간이다. 박 감독도 “현장에 더 있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픔을 같이한 선수들과 함께 박 감독은 더 단단해졌다. ‘가는 길이 곧 역사’라는 그를 향한 수식어에 동기부여를 받고 이번 시즌 전 부족한 센터(김세영), 레프트(김미연) 자원을 보강한 뒤 연패를 모르는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2년 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서 패하는 아픔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았다.
칭찬에 인색하다던 박 감독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인터뷰 중간 중간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재영, 발군의 수비 실력을 선보인 리베로 김해란 등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눈물자국이 흥건했던 그의 얼굴도 어느새 밝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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