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창단 역사상 단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1984·1992년) 우승을 함께 한 강병철 전 감독(73)은 그라운드를 떠나서도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롯데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함께했기 때문인데 이는 강 전 감독으로 하여금 진심어린 감사와 진한 아쉬움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총 세 차례 롯데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잊지 못할 순간들과 숱한 유산들을 남겼다. 롯데가 들어올린 두 개의 우승컵엔 모두 강 전 감독의 손길이 담겨 있고,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간판타자 이대호와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등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것 역시 강 전 감독이었다. 이에 강 전 감독은 2017년 롯데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2018년 울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초대받는 등 야구인들의 추억 한줄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롯데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강 전 감독을 만났다.
-롯데의 유일한 우승 감독이다. 덕분에 야구팬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내가 부산, 롯데 출신이니까 시구자로도 불러주는 것 아니겠나. 내가 대단한 것을 남긴 게 아니라 롯데에게 이렇다할 성과가 없으니 그렇다. 내가 떠난 이후에도 롯데가 우승을 했다면 나에 대한 기억 역시 사실 별 것이 아닐 거다. 그래서 두 가지 감정이 겹친다. 나를 기억해주는 데 대한 고마움과 ‘야구 도시’인 부산을 연고로 하고, 열성적인 팬들을 보유했음에도 우승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다.”
-직접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롯데가 호황기를 누리던 때는 아니었다.
“사실 1992년 우승을 했을 때도 거의 기대를 안했다. 직전 해에 4위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빨리 올라왔다. 당시 두 번째로 롯데 감독직을 맡게 되었을 때는 지도자로서 나름 자리를 잡았을 때라 선수 구성이나 향후 몇 년을 바라보고 키워나가는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특별히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이 팀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그들을 키우지 않고는 희망이 없었다. 기존 선수들을 데리고는 어려웠으니 말이다. 실제로 성적과 관계없이 3년간 팀을 키우고 4년째부터 승부를 보자고 했는데, 2년 만에 우승이 이뤄졌다. 그 뒤로도 지속적인 지원으로 자원을 잘 키웠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감독 시절 가장 돋보였던 점은 역시 새 얼굴을 발굴하는 일이었다.
“강민호가 대표적이다. 세 번째로 롯데 감독을 맡았을 때도 두 번째로 갈 때만큼이나 암흑기였다. 당시 강민호는 나이도 어리고, 힘과 소질만 가진 선수였다. 실전 경험을 통해 실력이 월등히 증가한 포수다. 강민호의 기량이 올라오니 롯데도 우승을 견줄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대호, 강민호가 한참 좋은 활약을 펼칠 때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아까웠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강민호를 붙잡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포수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 강민호를 키우기 위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그 외에도 팀을 떠나는 선수들을 잡지 못한 것 역시 롯데가 부족했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다시 롯데로 돌아온 양상문 감독 역시 ‘리빌딩’을 강조한다.
“인위적인 리빌딩은 어렵다. 신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회를 줘야하는데,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하려면 힘들다. 어린 선수들은 일정 시간을 두고 키우면서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선수들을 붙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프로에서 성적을 내려면 자원이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로 우승, 좋은 성적을 향한 구단의 의지가 필요하다. 당장의 좋은 성적을 위해 트레이드, 프리에이전트 영입을 하면서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2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특히 두산이 육성 면에서 상당히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단장에게도 더욱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현장과 구단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갈수록 우승하기 힘든 환경이다.”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구단의 인식도 바뀌어야겠다.
“과거와 비교하면 인프라도 좋아지고, 야구도 굉장히 발전했다. 나아가 일본처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조직을 더 키워야 한다. 구단 운영도 홍보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비즈니스로 가야 할 것이다. 1년 관중 역시 800만이 아니라 1000만, 2000만까지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모든 구성원의 힘이 필요하다. 선수들도 프로야구 초창기와는 달리 공인으로서 행동을 신중히 가져가야 하고, 팬들을 대하는 자세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