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축구는 따뜻한 봄날이다. 성적과 흥행, 모든 면에서 아쉬울 게 없다. 특히 급격히 늘어난 관중이 반갑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비롯해 최근 A매치(대표팀 간 경기) 6경기 연속 매진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최대의 흥행 기조다. 상대가 누구든, 어디서 열리든 가는 곳마다 폭발적이다.
한국축구가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다. 대한축구협회는 쾌재를 부른다. 매번 욕먹던 기억도 잊었다. 축구협회가 미소를 짓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후원사 계약 덕분이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재계약이 불투명할 정도로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깨를 폈다. 최근의 인기에 힘입어 유리한 입장에 섰다.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축구협회 공식 파트너 10곳 중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곳은 6개사다. 나이키와 KT, 네이버와는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이다. 또 현대기아차와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와는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특히 시선이 쏠리는 곳은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다. 축구협회는 2012년 1월 나이키와 8년간 1200억 원(현금 600억 원, 현물 600억 원)에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엄청난 규모 때문에 큰 화제가 됐었다.
나이키와 한국축구의 인연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996년 2년간 계약으로 처음 동반자가 된 이후 1998~2002년(5년간 총액 380억 원), 2003~2007년(5년간 총액 380억 원), 2008~2011년(4년간 총액 490억 원) 등 모두 5차례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월드컵에 연속으로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재계약에 성공했고, 그럴 때마다 금액은 껑충 뛰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6번째 계약의 성사여부와 규모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축구협회는 기존 계약보다 20% 정도 인상된 액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간은 8년 이상이다. 따라서 8년간 1400억 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인 건 아니라는 게 축구협회 측 설명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8일 “8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당시에는 라이벌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와 경쟁을 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금액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그런 경쟁 기업이 없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건 맞는 말이다. 또 요즘 축구 인기가 높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이키와 협상은 이미 1년 반 동안 진행된 만큼 조만간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