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홈런 공장이 재가동됐다. 시즌 첫 한 경기 3홈런에 연속타자 대포까지 쏘아 올린 SK 와이번스가 ‘스윕패’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SK는 8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6으로 승리했다. 6-6으로 팽팽하던 연장 11회, 강승호의 끝내기 안타가 이날 경기 결승점이었다. 비로소 깨어난 SK 타선은 5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던 ‘에이스’ 김광현이 2014년 9월 10일 이후 1667일 만에 롯데 상대 패전을 기록할 위기에서 구해냈다.
SK는 롯데와 앞선 2경기에서 10안타 1득점 빈공에 시달리며 연패 주범으로 몰렸다. 시즌 초부터 주춤하던 타선은 롯데 상대로 더욱 침묵했다. 결국 3일 경기 후 팀 타율 최하위(0.207) 추락의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3일 경기에 앞서 시즌 처음으로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두려움을 없애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효험은 없었다. 염 감독은 4일 경기 전에도 “타격 부진은 전부 감독과 코칭스태프 잘못”이라며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곧 반등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SK 타선은 시작부터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1회 1사 1루에서 정의윤의 우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SK가 7경기 만에 선취점을 뽑아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껏 물오른 롯데 타선은 3회 김광현에게 투런포 포함 4연속안타로 4점을 뽑았다. 5회 1점을 뽑았지만 7회 다시 2점을 허용하며 2-4까지 몰렸다. 최근의 SK라면 그대로 주저앉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패배 위기에서 염경엽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다. SK는 7회 1사 1루에서 강승호의 투런포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3월 3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5회 최정의 홈런 이후 28이닝 만에 나온 SK의 대포였다. 뒤이어 정의윤이 연속타자 홈런으로 화답했다. SK의 올 시즌 첫 ‘백투백 홈런’이었다. 비록 후속 제이미 로맥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재원이 다시 좌월 솔로포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SK의 한 경기 3홈런은 올시즌 최초다. 지난해 SK가 한 경기 3홈런 이상 때려낸 건 25차례에 달했다. 몰아치기에 능한 SK 타선이 비로소 기지개를 켠 것이다.
한 번 기세가 오르자 식을 기미가 없었다. 정규이닝은 추가 득점 없이 마무리했지만 연장 11회 강승호가 마침표를 찍었다.
SK는 2017년 234홈런으로 KBO리그 신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에도 233홈런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염경엽 감독이 바라던 건 바로 이 ‘SK다움’이었다. SK 타자들은 짧았던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켰다. KBO리그 투수들을 떨게 만들었던 홈런 공장이 비로소 재가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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