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이 기대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슬로 스타터’ 다린 러프(33·삼성 라이온즈)가 비로소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소극적인 모습 대신 한 방을 기대하던 김한수 삼성 감독(48)도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삼성은 14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14-12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최채흥이 개인 최다 7이닝을 소화하며 3실점으로 버텨줬다. 1회 유한준에게 3점포를 허용한 뒤 별다른 위기 없이 KT 타선을 봉쇄했다. 타선의 해결사는 러프였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한 러프는 3타수 3안타(1홈런) 2볼넷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시즌 첫 5타점 경기였다.
러프는 이날 전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263, 2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출루율은 0.421로 수준급이었지만 득점권 타율은 0.105에 불과했다. 삼성이 러프에게 기대하는 해결사 역할과 괴리가 상당했다. KT전에 앞서 김 감독은 “러프가 소심해졌다. 적극적으로 쳐달라고 당부했다. 러프에게 기대하는 건 출루가 아닌 해결 능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원래 슬로 스타터다. 재능이 있는 선수 아닌가. 금방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보냈다.
러프는 기다렸다는듯 응답했다. 0-3으로 뒤진 1회 1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김민의 몸 쪽 바짝 붙은 속구(149㎞)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3호 아치였다. 동점타 다음은 역전타였다. 3-3으로 맞선 3회 1사 3루, 좌전 안타로 구자욱을 불러들였다. 러프는 5회에도 1타점을 추가하며 이날만 5타점을 올렸다. 시즌 타점(10개)의 절반을 하루 만에 올린 셈이다. 아울러 타율도 3할 고지를 회복했다. 러프가 깨어난다면 삼성 타선은 거를 틈이 없다. 러프의 기지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위권에 처져있는 삼성이 러프의 부활을 계기로 반등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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